피습 경험담 신작 출간…"트럼프 재선 시 미국 떠날 수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2022년 흉기 공격을 당한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루슈디는 16일 출간되는 신작 '칼'(Knife)에서 2022년 8월 미국 뉴욕 강연 중 무대로 돌진해 자신을 향해 10여 차례 흉기를 휘두른 범인과 가상의 대화를 한다.
그는 범인 하디 마타르에게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솔직한 척하지만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한다"며 "그게 이들을 모두 죽일 이유가 되겠느냐"고 묻는다.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된 레바논 출신 시아파 무슬림 마타르는 사건 직후 뉴욕포스트와 한 옥중 인터뷰에서 "루슈디의 강연을 많이 봤다. 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루슈디는 피습 이후 그와 대면한 적이 없으나 공판 중 만날 수 있다.
올해 1월로 예정됐던 재판은 루슈디의 신작이 사건의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미뤄졌다.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2022년 피습으로 간이 손상되고 한쪽 눈의 시력을 잃는 등 중상을 당했다.
신간 출간을 앞두고 BBC, 일간 텔레그래프 등과 인터뷰한 루슈디는 피습 며칠 전 창에 찔리는 꿈을 꿨다면서 아내에게 행사에 가지 않고 싶다고 했다가 '그냥 꿈일 뿐'이라며 마음을 바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또 언론의 자유를 누리기가 갈수록 더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발언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이 자유의 요점"이라고 말했다.
루슈디는 안전에 좀 더 신경 쓰겠지만 공개 행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내가 꽤 고집이 있다. 제한된 삶을 원하지 않는다. 내 삶을 계속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을 떠나 영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2016년 미국 시민권을 받은 그는 트럼프 당선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는 이번엔 훨씬 나빠질 것이다. 미국은 살 만하지 않은 곳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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