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페북에 "시 주석 내민 '올리브 가지'에 실용적 대응하길" 촉구…라이칭더 무응답
대만 집권당 "어느 쪽도 다른 쪽에 종속돼선 안 돼" 사실상 거부 입장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인교준 기자 =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뒤 귀국해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요구해 시선을 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만 연합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지난 1∼11일 방중했던 대만 내 친중 세력인 제1야당 국민당 소속의 마 전 총통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대만 내에선 지난 10일 시진핑-마잉주 회동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92공식' 수용에 의기투합했고, 이를 바탕으로 마 전 총통이 라이 당선인에게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 전 총통은 라이 당선인에게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 않아야 하며 양안이 92공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류를 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양안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이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고 믿는다"면서 "라이 당선인이 대만 국민을 염두에 두고 시 주석에게 실용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런 메시지는 내달 20일 공식 취임할 라이 당선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면, 시 주석이 대만과의 화해도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과 2020년 연이어 당선되자 8년째 양안 당국 간 교류를 중단해온 시 주석이 그 후계자인 같은 당의 라이 당선인에게 태세 전환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 수용은 불가하다고 강조해온 라이 당선인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만언론의 반응이다.
마 전 총통의 제안에 대해 라이 당선인은 아예 반응하지 않았다. 민진당은 그런 제안이 대만 국민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으며 양안 대화와 상호 작용은 "어느 쪽도 다른 쪽에 종속되지 않는 평등과 존엄에 기초해야 한다"는 말로 사실상 수용을 거부했다고 연합보가 전했다.
SCMP는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가 이달 실시한 조사에서 대만인의 80%가 92공식을 양안 대화의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2015년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양안 회담을 했던 마 전 총통과 시 주석은 지난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양안 동포는 모두 중국인"이라고 강조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 수용에 합의하고 중국 부흥을 위해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그 어떤 외세의 간섭도 가족과 조국의 재결합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막을 수 없다"고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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