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도에 소외감…국민들 "위선적이다" 주장
젤렌스키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도와달라" 호소
차별 배경으로 '러시아는 이란과 달리 핵보유국'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우크라이나 국민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안보 위기를 대하는 미국 등 서방의 태도에 울화를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15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은 이번 이란의 공격에서 자국군 전투기와 군함, 패트리엇 방공망 등을 총동원해 100여기가 넘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직접 막아냈다.
이는 '아이언돔'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방공체계와 더불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의 99%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서방의 적극적인 개입은 2년 넘게 러시아의 공습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방의 현재 대응과는 대조적이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전쟁에 자국 병력이나 전투기 등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꺼려왔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경제적 지원과 탄약, 무기 등을 제공하며 간접적으로 도왔으며 지난해부터는 그마저도 늦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만성적인 무기 부족 속에서 겨우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방이 이스라엘 보호에 두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을 지켜본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서방의 태도가 '위선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NYT 등은 전했다.
러시아의 주된 공습 타깃인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에 사는 아밀 나시로프(29)는 NYT에 "이스라엘에 로켓이 날아들면 전 세계가 주목한다"며 "여기도 로켓이 날아다니지만 우리에겐 이스라엘처럼 하늘을 지켜주기 위해 나선 미국 폭격기가 없다"고 말했다.
나시로프는 이어 "이는 매우 어리석고 위선적"이라며 "이는 마치 우크라이나인의 생명의 가치가 더 낮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이뤄진 것과 같은 서방의 직접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영상 연설에서 "이제 전 세계는 이스라엘의 동맹국과 주변국이 단결하는 것이 테러를 막는 데에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 행동을 통해 목격했다. 테러 행위는 모든 곳에서, 전적으로 패배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서방의 대응이 우크라이나에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스라엘에 해준 것과 똑같이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를 지원해주면 나머지는 우리가 직접 하겠다"며 서방 동맹국에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이 이스라엘과 같은 강도로 우크라이나 방어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엔 러시아와의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 러시아는 그간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에 이스라엘을 공습한 이란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나 아직 무기급 핵원료를 제조하지 못한 수준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동에 위치한 이란과 달리 유럽 대륙에 인접한 러시아와 전면전 위험을 키우는 것은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도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수십년간 긴밀한 군사·경제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이스라엘의 입지가 우크라이나와는 현실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만을 요격해 이스라엘을 보호했듯, 러시아와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이 충분히 있음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WSJ에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똑같이 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미국의 소심함때문"이라며 미국이 이번에 이란군과 직접 충돌하지 않고도 이스라엘을 방어했다고 지적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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