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스 등 3대 에너지, 전체 수입액의 20%…도입 부담 커져
"환율·원유 10% 동반상승 시 제조원가 4.7% 상승"…물가에도 영향
한전 어려움 가중될듯…가스공사도 '15조원대 미수금' 확대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 불안한 중동 정세에 16일 원/달러 환율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석유와 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도 오름세다.
원/달러 환율과 에너지 가격의 동반 고공행진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수입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이는 무역수지에 영향을 미치고, 에너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은 물론 국내 경제에 여러 형태의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에서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5분의 1에 달한다. 지난 3월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08억8천만달러로 전체 수입의 21%에 이른다.
가공된 형태로 들어오는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면 주요 에너지 수입액은 163억3천만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1%를 차지한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핵심 에너지 상품의 국제 가격은 작년 하반기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중동 무력 사태로 다시 높아지는 흐름이다.
15일(현지시간)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0.10달러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 주요 국제 원유 가격은 90달러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평균 국제 유가는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 가능성으로 3월 평균 대비 약 6% 상승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공격으로 이란 원유 시설이 파괴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은 에너지 도입 부담으로 연결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고 배럴당 70달러인 원유를 1배럴 살 때 8만4천원이 필요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고 배럴당 90달러인 원유를 1배럴 사려면 12만6천원이 든다. 즉 고환율과 고유가로 인해 원유의 배럴당 가격이 50% 오르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원유와 가스 도입액은 각각 862억달러(약 120조원), 412억달러(약 57조5천억원)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지난 2022년부터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작년 6월 이후 흑자를 내고 있다. 이는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축소도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이어질 경우 무역수지 흑자는 축소되거나 심할 경우 적자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도입 비용 상승은 자동차 연료비, 제품 원가 등 물가 상승으로도 연결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달러 환율과 원유 도입 가격이 최근 단기간에 10%가량씩 올랐다"며 "이 같은 환율과 원유 가격 상승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원가를 각각 4.7%, 1.6%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돼 국내 물가에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고유가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 환경 악화 요인이기도 하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43조원의 적자가 누적된 상태다.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4천억원으로 한해 이자 비용만 4조∼5조원에 달한다.
수차례에 걸쳐 약 40% 가까운 전기요금을 인상해 한전은 작년 3분기 이후 분기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의 동반 상승은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작년 8월 발표한 중장기 재무 계획에서 총부채가 2027년 226조3천억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원/달러 환율 1,240원과 배럴당 70달러대 국제 유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각각 1,400원 안팎, 배럴당 90달러인 현재 상황을 대입하면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원가 이하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가스공사의 재무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7천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여기에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한 뒤 원가와 공급가의 차액을 향후 받을 '외상값'으로 장부에 적어 놓은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7천억원 증가했다.
일반 기업 회계를 적용하면 가스공사는 작년 2조원대 영업손실, 4조원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 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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