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원화·비트코인 일제히 하락…외국인 자금이탈·투심 위축
유가 상승으로 충격 확대 가능성…악재 선반영 "추가 충격 제한적"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격화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16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중동 위기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지표에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금융시장에선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유가와 환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주식·채권·원화·비트코인 동반 하락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급등한 1,394.50원으로 마감,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오전에는 17개월 만에 1,4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께 외환당국이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오름폭을 줄였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2.28% 내린 2,609.63에, 코스닥지수는 2.30% 하락한 832.81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천744억원, 2천93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을 1조1천400억원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자금이탈 양상을 보였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도 줄줄이 연고점을 기록했다.
3년물은 2.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469%, 5년물은 3.8bp 상승한 연 3.532%를 기록했다. 10년물은 5.7bp 오른 연 3.618%로 거래를 마쳤다.
위험자산인 비트코인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이날 오후 5시 4분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전장 대비 0.74% 내린 9천5백81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홍콩 증권·규제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으로 승인했음에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여파로 매도 압력이 커졌다.
전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개월 만에 4.6%대로 올라섰다.
◇ 중동 긴장속 환율 급등에 외국인 자금이탈·투심 위축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 모두 확전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역내 전쟁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는 다수의 보복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의 긴장과 불확실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유발했으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지표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도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7천96억달러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3월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상회하며 금리 부담이 확대됐다"며 "견조한 미국 경제지표로 인한 달러 강세와 연일 상승하는 국채 금리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며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 급락은 원/달러 환율이 오버슈팅 영향에 상승한 영향이 크다"며 "기술적으로 환율 상단이 다 열려 버리니 현 상태에서 더 상승할 것이라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개입되면서 환율을 위로 밀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동 긴장 심화시 유가 상승으로 시장 충격 확대 가능성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충격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한다면 석유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를 다시 상승시킬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후퇴시키는 등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환율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 시나리오와 관련해 변수는 유가"라며 "중동 불안 확산으로 유가 추가 급등이 나타난다면 연준의 금리인하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어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4월에는 배당 시기를 맞아 외국인 배당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중동 갈등 격화로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강달러 압력 확대와 함께 외국인 배당금 지급에 따른 달러 수요가 더해지면서 원화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갈등 격화에 따라 위험 회피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추가 오버슈팅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중동 갈등이 확전으로까지 연결될 경우 상단으로 1,440원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유가·물가 등 악재 이미 반영 "추가 충격 가능성 제한적"
반면 유가와 물가 상승 등의 우려가 시장에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칠 추가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많이 반영돼 있고 금리는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아울러 밸류업 정책은 지수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바닥은 지지해줄 것이다. 2분기 코스피 하단을 2,550으로 제시했는데 지금도 그 견해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코스피 이익 전망이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타국 증시에 비해 별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급락을 맞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지수의 추가적인 레벨 다운 압력은 그리 거세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단기적으로 외국인은 그간 한국 증시 편식에 따른 부담,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순매도에 나설 여지는 있겠지만, 그 강도와 지속성은 얕고 길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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