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르네상스 양식 건물 대거 훼손
문화재 수백점 외부로 긴급 운반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 덴마크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서 16일(현지시간) 불이 나 첨탑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발생한 화재로 수도 코펜하겐에 위치한 건물 첨탑이 훼손되면서 잔해 일부가 거리에 떨어졌다.
불이 나자 건물 소유주인 덴마크 상공회의소 직원들과 소방당국을 비롯해 행인들은 건물 안에 비치된 문화재를 긴급히 밖으로 옮겼다.
왕실 근위대 소속 병사들은 건물 주변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문화재 등 귀중품 운반 및 보관 작업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화재 초기에 긴급 출동해 큰 불길을 잡았으나 밤새 진압 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건물 대부분이 크게 훼손됐으나 다행히 문화재 등 귀중품은 거의 모두 안전하게 밖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1640년 크리스티안 4세 국왕의 지시로 지어진 네덜란드 르네상스 양식의 이 건물에는 현재 상공회의소 본부가 있다.
상공회의소는 건축 당시의 스타일을 되살리기 위해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 건물에는 19세기에 활동한 인상파 화가인 페더 세버린 크뢰이어 등 유명 화가들의 그림과 샹들리에 등 수백점의 문화재가 보관돼있었다.
이중 크뢰이어의 대표작인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From Copenhagen Stock Exchange)는 손상되지 않은 채로 외부로 옮겨졌다.
1895년에 그려진 길이 4m의 이 작품은 당시에 활동하던 주요 금융계 인사들의 모습을 담았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경찰은 건물 진입이 가능해지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덴마크의 대표적인 문화재가 화재로 훼손되자 덴마크인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트롤 룬드 폴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불에 탄 건물은 우리에게 있어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같은 의미여서 매우 슬프다"고 전했다.
교사인 엘리자베트 핸드버그는 "교실 창문을 통해 화재 현장을 봤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면서 "건물이 다시 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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