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법원 '무효' 판결 맞서 재승인 시도…주주에게 '찬성표' 호소
법인 소재지 델라웨어→텍사스주 이전 여부도 주주투표 안건 올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전기차회사인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560억달러(약 77조원) 규모의 보상안을 다시 승인하는 안건을 주주총회 투표에 부쳤다.
테슬라 이사회는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주주 서한과 증권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오는 6월 13일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2018년 승인한 CE0 성과 보상안을 다시 투표 안건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에게 성과에 따라 총 560억달러 규모의 스톡옵션 등 보상을 지급하는 안건은 2018년 이사회 결정과 주총을 거쳐 승인됐으나,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승소하면서 무효가 됐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머스크가 사실상 테슬라 이사회를 지배했으며 해당 보상안이 승인되는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이 계약이 무효가 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는 항소를 준비 중이다.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델라웨어 법원의 결정이 실행되면 일론은 테슬라에서 지난 5년여간의 기여와 많은 성과에 대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법원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주주들에게 목소리를 낼 기회를 준다. 우리는 주주 민주주의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 "머스크의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테슬라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 여러분을 위해 엄청난 가치를 창출했다"며 "테슬라의 비범한 성장을 지속하도록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테슬라 이사회의 보상안 재승인 시도는 머스크와 이사회에 대한 주주들의 지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면서 추후 항소심에서 유리한 기반을 다지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인 에릭 탤리는 "테슬라 주주들이 이번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머스크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델라웨어 법원의 결정을 뒤집으려면 항소해야 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탤리 교수는 테슬라의 이번 주주 투표 과정에서 법원이 지적한 보상안 승인 절차의 결함이 바로잡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델라웨어주 법원은 현재 소송 원고 변호인단이 법률 비용으로 테슬라에 요구한 금액을 심리하고 있으며, 이 결정이 나오면 머스크와 테슬라 이사회가 법원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이사회는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를 기존의 델라웨어에서 텍사스주로 이전하는 문제도 주주 투표 안건으로 올렸다.
머스크는 앞서 델라웨어 법원의 '보상안 무효' 판결이 나온 뒤 법인 소재지를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주총에는 현재 테슬라 이사회 멤버 중 2명인 머스크의 친동생 킴벌 머스크와 미디어 거물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을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됐다.
테슬라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가 올린 안건들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주주 위임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업체를 고용했으며, 이 업체에 수백만달러를 지불할 계획이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한편 테슬라가 이번에 공개한 서류에 따르면 테슬라는 "멀티 플랫폼 광고 캠페인의 일부"로 머스크가 소유한 엑스(X·옛 트위터)에 약 20만달러(약 2억7천만원)를 지불했으며, 머스크가 조직하고 소유한 보안 회사에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 290만달러(약 40억원)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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