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문 앞에 전진 배치 강화해 오해·오판 위험 늘려…엄중히 우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군이 중국 겨냥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필리핀 북부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장치를 일시적으로 배치한 가운데, 중국은 역내 긴장을 높이는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태평양 육군이 필리핀군과의 합동 군사훈련의 일부로 (필리핀)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중국은 보도에 주목했고, 관련 동향에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이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중국의 집 문 앞에 전진 배치를 강화하는 것에 일관되고 단호하게 반대해왔다"며 "미국의 이런 행동은 지역 긴장 형세를 격화하고, 오해·오판 위험을 늘렸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다른 국가의 안보 우려를 실질적으로 존중하고, 도발과 군사 대결, 지역 평화·안정 파괴를 중단하며, 실제 행동으로 전략적인 위험을 줄이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린 대변인은 필리핀을 향해선 "이런 미국 행동의 진짜 목적과 미국에 영합한 심각한 결과(後果·나쁜 결과)를 응당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며 "스스로의 안보 이익을 대가로 희생한 채 미국에 이용당하지(火中取栗·'남의 꾐에 넘어가 불 속에서 밤을 줍는다'는 사자성어) 말고, 잘못된 길을 멀리 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 육군은 지난 11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신형 요격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발사 장치를 일시적으로 전개했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해외에 배치한 것은 1987년 구소련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했다가 2019년 탈퇴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이달 22일 시작되는 연례 합동 훈련 '발리카탄'을 처음으로 필리핀 영해 바깥의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훈련은 적군에게 빼앗긴 대만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필리핀 섬들을 탈환하고 적군 군함을 격침하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과 남중국해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전쟁 훈련으로 여겨진다.
남중국해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미국의 훈련 참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린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이번 훈련을 '대결 조장'이라고 규정한 뒤 필리핀을 향해 "다른 사람의 바둑돌(棋子)로 전락할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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