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환경영향평가서 반려에도 올여름 착공 고수
제1야당 "6월 유럽의회 선거 위해 속도전" 비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섬을 잇는 세계 최장 현수교인 메시나 대교 건설 공사가 올해 여름에 시작될 것이라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안사(ANSA) 통신과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는 이날 공공계약 협동조합인 '라보레 에 세르비치'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공사는 곧바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환경부는 메시나 대교 시공을 맡은 건설회사인 '스트레토 디 메시나'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239개 항목을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며 반려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에 대해 "나는 스트레토 디 메시나가 30일 이내에 환경영향평가 보완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올해 여름까지 착공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메시나 대교 건설 공사가 이탈리아의 개발과 성장, 기술력의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요 야당은 메시나 대교 프로젝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총리를 지낸 주세페 콘테 오성운동(M5S) 대표는 최근 메시나시를 방문해 토지 수용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제1야당인 민주당(PD)은 전날 환경부의 반려 결정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열고 "살비니 부총리가 얼마나 오만하게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건설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살비니 부총리가 온갖 우려에도 메시나 대교 건설을 서두르는 것은 6월 유럽의회 선거 득표를 위해서라며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정치적 목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메시나 대교는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반도의 앞꿈치에 해당하는 서남부 칼라브리아주와 시칠리아섬 사이의 메시나 해협을 관통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 프로젝트다.
총길이 3천666m에 주탑 사이 거리가 3천300m로 튀르키예에 있는 현존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 대교(2천23m)의 1.5배 이상이다.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문제인 남부와 북부의 경제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역대 정권에서 여러 차례 메시나 대교 건설을 추진했으나 건설비가 지나치게 많이 드는 데다 칼라브리아주가 지진 다발 지역이라 안정성 문제로 계획 단계 이상으로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나 조르자 멜로니 총리 총리는 지난해 3월 내각 회의를 열고 메시나 대교 건설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멜로니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되살린 데에는 살비니 부총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집권 우파 정당인 동맹(Lega)은 부유한 북부가 주요 지지기반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북부에 한정된 지지층을 확대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 아래 메시나 대교 건설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계획대로라면 이 프로젝트에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해당하는 146억유로(약 21조원)가 투입돼 2030년대 후반에 완공될 예정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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