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부담 증액 필요 강조…'우크라 지원 반대' 언급 안 해
대선 앞두고 현안서 극단적 입장 자제…중도층 표심 의식한 듯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2년 2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존립이 미국에도 중요하지만 유럽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모두가 동의하듯 우크라이나의 존립과 강인함은 우리보다 유럽에 훨씬 더 중요하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도 중요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돕는데 더 많은 돈을 내지 않는가"라며 "왜 미국이 유럽보다 더 많은 돈을, 1천억 달러(약 138조원) 이상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대륙발 안보 위협을 덜 느끼게 만드는 대서양의 존재를 거론하면서 "왜 유럽은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한 나라(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과 같거나 대등한 돈을 낼 수 없는가"라고 부연했다.
미국 매체 더힐이 '세계경제연구소'의 통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유럽은 전체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
다만 유럽의 지원은 대부분 재정적·인도적 원조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는 여전히 미국의 누적 지원 규모가 유럽을 크게 상회한다고 더힐은 전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이 전쟁은 결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번 입장은 친트럼프 성향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이 이스라엘 지원과 우크라이나 지원, 대만에 대한 지원 등을 각각 별개 법안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에서 나왔다.
자신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럽의 책임을 강조하긴 했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또 우크라이나의 존립이 유럽에 더 중요하긴 하나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언급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낙태,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쟁점 현안과 관련해 중도층 표심을 의식하는 듯 극단적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가운데 미묘한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 TV채널 'GB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하면 재집권시 나토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8일, 낙태 규제는 각 주별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원칙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노선과 차이를 보였다.
이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반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 우크라이나의 존립이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밝힌 점 등은 자신의 '친(親)러시아' 이미지가 득표 전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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