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현 정부도 반년 이상 협정 준수한 뒤 일방 파기"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 측과 비밀 합의를 맺었다는 폭로가 나온 것과 관련해 중국은 비밀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18일 기자와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필리핀 전 정권 때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사태 통제에 대해 논의해 신사협정에 합의했다"면서 "신사협정은 비밀협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신사협정은 상황을 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각자 주권적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필리핀 현 정부 출범 이후 필리핀 고위층에 신사협정 관련 문제를 여러 차례 통보하고 교섭했으며, 대화를 통해 필리핀 측과 갈등 통제 방법을 모색해왔다고도 주장했다.
'중국-필리핀 남중국해 문제 양자 협상 메커니즘'(BCM) 회의와 별도로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의 대중국 특사를 중국에 초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 사태 관리 방안을 논의해 '내부 이해'(internal understanding)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초 외교채널을 통해 필리핀 군부와도 거듭 협의해 암초 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마련했다고도 했다.
이를 통해 현 필리핀 정부 출범 7개월째인 작년 2월 초까지 양국 관련 부서와 기관이 이 합의를 준수해 평화와 안정을 보장했다고 중국은 강조했다.
하지만, 필리핀이 (남중국해 전초기지에 대한) 재보급을 한 차례 시행한 뒤 양해와 약정을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 중국 주장이다.
중국은 그러면서 필리핀에 약속을 지키고 도발을 멈추며 조속히 대화와 협상의 본궤도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해리 로케는 전 정권이 중국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구두 합의를 맺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필리핀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필수 물자만 보내고 시설 보수나 건설은 하지 않기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은 1999년 좌초한 자국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암초에 일부 병력을 상주시키고 있다.
이곳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필리핀 함정에 중국 해경선이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이 일대에서 양국 간 충돌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anfou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