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란 "핵시설 공격시 핵원칙 재검토" 엄포 직후 보복 감행
이란은 핵시설 피해 전무 영상 송출도…"이스라엘 공격, 이란 핵 무기화 부추길 수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이란의 공습 6일 만에 반격에 나서면서 이란의 핵시설 주변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란 핵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스라엘의 도발이 이어질 경우 이란이 기존의 '핵무기 미보유' 원칙을 깨고 무기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국영 TV는 이날 오전 4시께 중부 이스파한주(州)의 주도 이스파한 상공에서 드론(무인기) 3기가 목격됐고 이에 방공체계가 가동돼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전 이란 본토를 타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공격이 이뤄진 이스파한에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심지인 나탄즈 핵시설을 포함해 다수의 핵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에 피해는 없다고 확인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공격 이후 피해를 입지 않은 이스파함 우라늄 농축 시설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송출하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도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은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날 이란 군 고위 사령관이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기존의 핵 원칙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직후 이뤄졌다.
이란 혁명수비대 핵 안보 담당 사령관 아흐마드 하그탈라브는 "이스라엘이 우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핵시설을 공격한다면 우리의 핵 원칙과 정책 그리고 이전에 발표했던 고려사항을 모두 재검토할 수 있다"며 핵 프로그램을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재 이란은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 중에서는 유일하게 핵무기에 가까운 수준까지 우라늄 농축도를 높인 국가다.
2003년부터 핵무기 미보유·미사용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최근 숙적인 이스라엘과 분쟁이 격화하면서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지난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에 사상 첫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고통스러운 대응'으로 보복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이란의 핵시설 타격도 대응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었다.
현재까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우려대로 이란 핵시설에 타격을 주게 된다면 이란이 본격적으로 핵 무기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란은 2021년에도 이스라엘이 나탄즈 핵시설을 공격하자 우라늄 농축도를 역대 최고인 60%까지 끌어올리며 '강대강'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이란이 핵 비확산 조약을 어기고 핵폭탄 개발을 서두르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프린스턴대 중동 안보 및 핵 전문가인 호세인 무사비안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방향을 무기화로 틀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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