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세 요동에 가자지구 인도적위기 등에 대한 관심 희석
'미·이스라엘, 이란 대응-라파 지상전 연계 논의' 보도에도 귀추 주목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란과 이스라엘 본토로 번진 무력 공방이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3~14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에 이어 19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맞대응에 나서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중동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국제사회가 가자지구 휴전이나 라파 지상전을 놓고 이스라엘을 압박하던 지난주까지의 상황과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몇 주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피란민이 대거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연일 마찰음을 냈다.
여기에 가자지구에 구호식량을 전달하는 일을 하는 국제구호기구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의 오폭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또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생명을 위협 받는 심각한 기근 위기에 직면했다는 국제기구들의 보고까지 잇따르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휴전 압박은 더욱 가중됐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면서 가자지구는 국제사회 논의 테이블에서 후순위로 잠시 밀린 듯한 모습이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맞대응과 라파 지상전 사안을 서로 연계해 미국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그 진위에 이목이 집중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카타르 계열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 알자이드는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실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작전을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백악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략협의그룹(SCG) 회의를 개최하고 하마스가 라파에서 패퇴하는 것을 보기 위한 공동의 목표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의 발표는 지난 1일 미국과 이스라엘간 첫 SCG가 열렸을 당시와 대동소이했지만, 이 매체의 보도와 맞물려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다만 백악관은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 조치와 관련한 자국의 입장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라파 작전은 매우 신중한 계획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라파에서 어떻게 군사작전을 할지를 고려할 때 다양한 요소들을 감안하지 않는 것에 진지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 3명도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미국의 압박은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전날 "가자지구에서는 인도주의적 재앙이 계속되고 있고 인도적 지원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관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며 고 지적했다.
한 아랍 외교관은 "3주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낸 성명들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과 '레드라인'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이제는 그 내용이 바뀌었다"며 "이스라엘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이란의 공격을) 매우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이란과의 대결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며 그를 공개 겨냥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달 2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개전 이후 처음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안보리에 상정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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