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볼코프 암살 지시한 벨라루스인 구금"
러, 독일에 이례적 반박…"가스관 폭파는 못 막으면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지난달 러시아 대선을 사흘 앞두고 발생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레오니트 볼코프 테러 사건의 용의자들이 폴란드에서 붙잡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벨라루스 국적자가 폴란드인 2명에게 나발니 측근을 암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검찰청의 유스타스 라우추스 검사는 지시를 받고 테러에 가담한 폴란드 국적 용의자 2명이 이달 3일 바르샤바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볼코프가 정치적 활동과 견해 때문에 공격받았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용의자들이 곧 리투아니아로 압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사망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최측근이자 작년까지 '반부패 재단' 의장을 맡은 볼코프는 지난달 12일 빌뉴스에 있는 자택 앞에서 괴한에게 구타당했다.
그는 차 안에서 망치로 15차례 가격당한 뒤 병원에서 치료받고 이튿날 귀가했다.
리투아니아 당국은 이 사건을 러시아가 계획하고 실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용의자를 추적해왔다.
최근 폴란드와 독일에서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공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스파이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전날은 폴란드 검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암살 계획에 가담한 혐의로 폴란드 국적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당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외국 방문 때 이용하는 폴란드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의 보안정보를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에 넘기려 한 것으로 파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의 암살 음모가 모두 몇 차례였는지 모르지만 "최소 5∼6건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의해 무산됐다"고 말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17일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훈련받는 독일 내 미군기지를 정탐하고 파괴공작을 꾸민 혐의로 독일계 러시아인 2명을 체포됐다.
해외에서 드러난 스파이 활동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러시아 당국은 이 사건에 이례적으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체포된 용의자들의 계획과 러시아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장비를 가득 채우려는 노골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대사관 측은 지난달 발생한 독일 공군 수뇌부 도청사건을 언급하며 "러시아 민간시설 공격 가능성을 논의한 (독일 공군의) 대화 스캔들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위장된 노력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독일이 미군기지를 정탐한 스파이는 잡으면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는 막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그는 이날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노르트스트림 폭발사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가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가스관 테러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테러를 막 준비하던 시민 두 명은 곧장 찾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2022년 9월 폭발해 가동이 중단됐다. 러시아는 서방을 배후로 의심하고 독일 등에 수사 정보를 공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