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별복지 기조와 '엇박자'…적자국채 발행, 재정건전성·물가 부담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야권이 지속적으로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요구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이 경제정책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야당은 13조원 규모의 재정 마련을 위한 추경을 정부·여당에 요구한 상태다.
정책당국은 추경 편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야당과의 협치가 중요해진 의회 지형도 함께 고려하는 모습이다.
2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선별복지' 정책 기조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현금지원금 방식의 복지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 뚜렷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미국 워싱턴 D.C.에서 여러 차례 한국 기자단에 '약자 지원'이 먼저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성장률 전망 등을 봤을 때 지금은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타깃(목표)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것이 재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재정 여력도 빠듯하다.
추경 편성을 위해선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극복 등을 위해 2020년 4차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씩 추경을 편성했다. 국가채무가 지난해 1천126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도 잦은 추경 편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현 정부 시각이다.
추가적인 국채 발행으로 유동성이 늘고 소비 수요를 자극한다면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법에 명시된 추경 요건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정부는 ▲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야당에서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체감경기와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수출 증가에 힘입은 실물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경기침체'로 판단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추경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에서 방향이 잡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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