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이민자는 독일사회 핵심"…에르도안과는 껄끄러운 관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22일 오전 11시57분(현지시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에 착륙했다. 공군 1호기는 케밥 200인분을 만들 수 있는 고기 60㎏도 함께 수송했다.
독일 대통령의 튀르키예 방문에는 베를린의 케밥 요리사 아리프 켈레스가 동행했다. 그는 "베를린에 케밥 가게가 많지만 대부분 제대로 만들 줄 모른다"며 "좋은 고기에 특별한 양념을 친 클래식 케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양국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24일까지 사흘간 튀르키예를 방문한다. 이날 저녁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리셉션에서 두 나라 국민 유대관계의 상징으로 케밥을 대접한다.
그는 이날 이스탄불 시르케지 기차역에서 한 연설에서 "오늘날 거의 300만명에 달하는 튀르키예 출신이 독일에 산다"며 "그들은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강하게 만들면서 우리 사회의 핵심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전후 재건으로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1960년대 튀르키예 출신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튀르키예 출신은 이후 다른 분야에도 뿌리를 내리면서 독일 최대 이민사회를 형성했다.
이들이 튀르키예 전통음식인 케밥을 패스트푸드로 변형한 '되너'는 연간 매출이 70억유로(약 10조3천억원)에 달할 만큼 성공을 거뒀다. 독일 대통령실은 "케밥이 독일의 국민 음식이 됐다"고 했다.
켈레스의 조부는 독일의 주물공장에서 일하다가 1986년 베를린에 케밥 가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튀르키예에 2-3으로 역전패한 뒤 이 가게에서 케밥을 사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케밥이 상징하는 만큼 살갑진 않다. 독일은 튀르키예 정권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부족하고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며 경고해왔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중동 갈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며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해 11월 베를린을 방문해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부채의식에 근거해 평가해선 안 된다"며 독일의 무조건적 이스라엘 지지를 비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외무장관을 두 차례 지낸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2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러나 그는 튀르키예 방문 첫날인 이날 에르도안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을 먼저 만났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은 마지막 날인 24일 예정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날 이라크를 방문한 탓이기도 하지만 그의 정치적 경쟁자부터 만났다는 점은 썩 매끄럽지는 않다.
과거 튀르키예 출신 노동자는 시르케지 역에서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그러나 이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50여명이 "살인자 독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 장면은 양국 관계가 녹록지 않음을 새삼 상기시켰다고 독일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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