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특허 무임승차'에 뿔났다…소송 등 강력 대응키로(종합)

입력 2024-04-24 11:31  

LG엔솔, '특허 무임승차'에 뿔났다…소송 등 강력 대응키로(종합)
확인된 침해 특허수만 580건…차세대 배터리 기술 침해 우려도
라이선스 시장 구축해 수익 확보…김동명 CEO "무분별 특허 침해 엄중 대응"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배터리 업계에 만연한 '특허 무임승차'에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불법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에 소송과 경고 등을 통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글로벌 배터리 특허 라이선스 시장을 조성해 배터리 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일 "LG에너지솔루션의 지적재산권(IP)에 대한 후발기업의 무분별한 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조차 배터리 공급사 선택에 특허권 준수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 등 시장 왜곡이 심각해지고 있어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 중 경쟁사가 침해하거나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특허'는 1천여개다. 이중 실제로 경쟁사가 침해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만 해도 580건에 이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무단 사용이 확인된 580건에 대해서는 소송과 경고 등 강력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럽 각지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A사의 전기차 배터리를 분석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의 코팅분리막, 양극재, 전극·셀 구조 등 핵심 소재와 공정에서 특허 침해가 30건 이상 확인됐다.
전 세계 굴지의 전자기기 제조 업체에 납품되는 B사의 배터리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특허 침해만 50건 이상이라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배터리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무분별한 기술 도용 사례도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15년 28GWh(기가와트시)에서 2023년 706GWh로 25배가량 성장했으며, 2035년에는 5천256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기술 특허를 선점한 LG에너지솔루션과 달리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를 확보하기 어려운 후발 기업들은 특허 무단 사용으로 유럽, 중국, 인도, 동남아 등으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합리적인 라이선스 시장 구축을 주도하기 위해 특허풀(Pool)이나 특허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수익화 모델을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현재 시장에서 침해 중인 특허를 중심으로 글로벌 특허풀을 통해 주요 특허를 단계적으로 라이선스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선도업체는 특허권에 대한 합리적인 로열티를 받아 기술 개발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후발기업은 정당한 특허권 사용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단순 배터리 제조를 넘어 서비스업 등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확장을 꾀하는 만큼 로열티 역시 주요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회사 퀄컴의 경우 특허를 기반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기술 라이선스 사업이 사업부의 한 축을 맡으며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퀄컴의 최근 1년간 로열티 매출은 57억9천200만달러다.
기술 진입 장벽 구축에 따른 수주 경쟁력 강화와 경쟁업체 견제 효과도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함께 정당한 라이선스 계약 없이 무분별한 기술 침해가 지속될 경우 특허침해 금지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전문가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소송 역량을 강화하고 지적재산권을 관리하는 해외 IP 오피스를 확대해 글로벌 지적재산권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한 필수 요소는 지적재산권 존중"이라며 "기업의 존속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특허 침해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CEO는 이어 "선도업체로서 합리적인 라이선스 시장 구축에 앞장서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수취하고, 미래 핵심 기술 개발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LG에너지솔루션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년간 배터리 연구와 개발에 약 4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현재 등록기준 3만2천건, 출원기준 5만8천여건에 이르는 특허를 확보하고 있다.
안전성 강화 분리막의 전극 접착력을 높여 다양한 전극조립체를 구현할 수 있게 하는 특허 기술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8년 세계 최초로 음극에 적용한 코팅 기술인 더블 레이어 코팅(DLD) 기술과 탄소나노튜브(CNT) 선분산 기술 등 핵심 공정기술을 접목한 전극설계 특허도 다수의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유기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기술로 평가받는 건식 전극,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의 주요 특허,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개발한 안전진단·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미래 배터리 산업을 이끌 차세대 배터리에서도 기술 침범이 우려된다.
이한선 LG에너지솔루션 특허센터장(상무)은 "앞으로 기술 주도권을 지키고 산업의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특허권의 정당한 거래 시스템을 조성하고, 불법적인 침해 사례에는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을 침해한 경쟁사들이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만들고 고객사에 수주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신제품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특허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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