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저비용 개발…무기거래 제한 고려해 국산화율 62%로 높여
한반도 하루 3회 지나며 재촬영…고해상도 위성과 안보 시너지 기대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처음 양산을 위해 개발한 초소형 군집위성 1호기가 24일 뉴질랜드에서 발사돼 우주 궤도에 안착했다.
초소형 군집위성은 우주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 기조에 맞는 위성으로 국내 발사체 활용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안보 측면에서도 한반도 접근 빈도를 높여 보다 촘촘한 감시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다.
◇ 초소형·군집·양산…'뉴스페이스' 시대 여는 첫 위성
이번 위성의 특징인 초소형, 양산형, 군집 방식은 뉴스페이스 시대 위성의 대표적 특성들이다.
값비싼 고성능 대형 위성 개발 대신 작은 위성을 여러 대 제작하고 군집 형태로 운용해 성능 감소는 최소화하면서, 양산 개념을 도입해 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단기간에 여러 대를 만들어 빠른 대응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작은 위성은 해상도와 같은 성능은 떨어지지만, 여러 대를 띄워 운용하면 시간적·공간적으로 촘촘한 관측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플래닛랩스, 막사르 테크놀로지 등은 수백 개 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를 매시간 스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국내에서도 위성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여러 기업이 초소형 위성 수십기 이상을 양산해 군집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이번 초소형 군집위성은 경량, 저전력, 저비용 개념 설계와 함께 3년 임무 수명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값싼 상용 부품을 사용하는 등 개발 비용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개발 사업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와 민간기업 쎄트렉아이[099320]가 참여해 기업 주도율을 높였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위성 개발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위성시스템 개발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지상 시스템과 검보정, 활용시스템 등을 담당했다.
이번 1호기는 시제기 성격으로 2~11호기는 양산 개념을 적용해 개발되며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통해 2026년과 2027년 두 차례에 나눠 발사된다.
국가 위성개발 사업에서 2026년까지 5대를 만들고, 2027년까지 5대를 추가로 만드는 '상대적으로 빠른' 개발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과기정통부는 "위성체 자체 개발보다는 위성체를 군집 형태로 제작해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다수 위성체 생산과 검증, 위성체 이외 발사체, 지상국, 검보정, 활용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개발과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국산화율 62%…'ITAR 프리' 위성 개발로 국내 발사체 활용 길 열어
초소형 군집위성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제한을 받지 않는 위성으로 개발돼 국내 발사체 활용 길을 여는 주자로도 뛸 전망이다.
한국은 ITAR에 따라 한국이 개발한 발사체로 미국의 첨단 부품을 사용한 고성능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없는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초소형 군집위성은 누리호를 통해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면서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국산화가 다수 이뤄졌다.
개발에 참여한 기업들은 시스템과 본체, 지상시스템, 조립·시험, 부분품 개발을 국내 독자로 수행하며 국산화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위성 시스템의 국산화율을 56.9%까지 끌어올렸고, 지상시스템과 검보정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면 국산화율은 62%에 이른다.
한국이 대형 발사체 기업 스페이스X나 러시아, 유럽 발사체가 아닌 소형위성 전문 발사체 기업인 미국 로켓랩의 발사체 '일렉트론'을 활용한 것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기존 해외 주요 발사체가 아닌 소형 발사체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위성과 그 부품임을 검증해 국내 소형 발사체 개발기업들의 국산 위성 임무 성공 확률을 높이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켓랩은 2018년 첫 상업 발사에 성공한 이후 이번 발사 전까지 상업 발사 45회 중 42회를 성공해 성공률 93.3%를 기록하고 있다. 스페이스X 이후 우주 발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유일한 발사체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켓랩은 스페이스X와 발사 입찰 경쟁을 통해 이번 발사 파트너로 선정됐다.
◇ 한반도 정밀감시망 촘촘히…고해상도 위성과 시너지
초소형 군집위성은 한반도 주변 정밀 감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안보용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초소형 위성 군집시스템이 고빈도·정밀 감시체계 구축에 있다며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감시해 국가 안보와 재난 재해 대응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매일 3회 이상 한반도 촬영이 가능하고, 같은 지점을 하루 이내 재촬영이 가능한 군집위성의 장점을 살려 실시간 감시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재난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위성을 최대 30도까지 기울여 넓은 지역을 촬영하는 기능도 갖췄다.
초소형 군집위성의 영문명인 네온샛(NEONSAT·New-space Earth Observation SATellite constellation for National safety)도 '국가 안보를 위한 뉴스페이스 지구관측 위성'이라는 뜻으로 안보적 의미를 강조했다.
초소형 군집위성의 주 관제소도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로, 과기정통부와 국가정보원이 공동 설립해 운영하는 만큼 안보 목적 활용이 강화될 전망이다.
해외 발사체를 써야 했던 기존 정찰위성들과 달리 ITAR로부터 자유로워 국내에서 자유롭게 쏠 수 있다는 점도 안보 위성으로서의 장점이다.
과기정통부는 "11기의 초소형 위성이 제공할 수 있는 안보 능력 향상은 기존 고해상도 정찰자원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24시간 주요 표적에 대한 감시체계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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