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대 무역조치, 美 경쟁력 저하 문제 외부 전가하는 것"
다른 관영매체 "제재·인권 문제 말고 관계 발전 논의하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작년 6월에 이어 10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철강·조선 등에 대한 무역 조치 중단과 추가 관세 철회를 요구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블링컨 장관 방중 일정이 시작되는 24일 주요 국제 문제에 관해 중국의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鐘聲) 논평에서 "미국은 일방적 무역 조치 남용을 중단하고 즉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면서 "규칙에 기초한 다자 무역 체제에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날조한 이유'를 들어 중국의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고,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겨냥한 관세 인상 등 새로운 제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했다며 "이 일방주의·보호주의 처사는 중미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안정·발전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미국은 자국 산업에 수천억달러의 차별적 보조금을 제공하면서도 중국이 이른바 '비시장적 관행'을 채택하고 있다고 비난하는데 근본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사실 중국 산업의 발전은 기업 기술 혁신과 적극적인 시장 경쟁 참여의 결과"라는 중국의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신문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전례를 설명하면서 미국이 산업 글로벌 경쟁력 저하 문제를 외부로 전가하기 위해 무역 조치를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최근 미국의 중국 경제·무역·과학·기술 탄압 조치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리스트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아니고 리스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중미 각자의 성공이 서로에게 기회임을 반복적으로 증명했다"며 "중국은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호혜의 3대 원칙에 근거해 대미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고, 동시에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계속해서 단호히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이 러시아 지원을 이유로 중국 은행들을 제재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인종 학살'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 국무부 인권 보고서 등을 거론한 뒤 블링컨 장관이 이런 이슈 대신 미중 관계 안정화를 위한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왜 미국 쪽은 정상적인 방문을 '최후통첩'(ultimatum)처럼 보이게 하는가"라며 "3일간의 여행은 결코 짧은 방문이 아니고, 광범위한 문제에서 넓고 깊은 토론을 할 수 있다. 양국에는 (관계 안정화·발전을 위한) 상상력과 협력의 공간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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