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권력 다툼과 연관?…푸틴 집권 5기 개막시 정부 개편 가능성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티무르 이바노프(48) 러시아 국방부 차관이 24일(현지시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2개월 구금 조처됐다.
특히 이바노프 차관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쇼이구 장관에게 미칠 여파 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은 이날 이바노프 차관에 대해 6월 23일까지 2개월간 구금하는 형태의 예방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바노프 차관이 '특별히 큰 규모'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이바노프 차관이 받은 뇌물 액수가 최소 100만루블(약 1천500만원)이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바노프 차관이 제3자와 범죄 음모를 꾸민 뒤 그들과 팀을 이뤄 국방부 계약·하청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직 국방부 고위 관리인 세르게이 보로딘이 이바노프 차관과 공모해 거액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2개월간 구금 조처된 상태다.
이바노프 차관은 국방부에서 자산 관리, 군인 주택 공급과 모기지 업무, 보안 시설 건설, 의료 제공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또 '특별군사작전'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재건 등 다양한 군사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러시아연방수사위원회는 이바노프 차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붙잡아 구금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바노프 차관이 전날 국방부 고위 관리 회의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했으나 국방부 내에서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또 이바노프 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은 그의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출신인 이바노프 차관은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관련 논문을 썼다. 그는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관, 에너지부, 방산업체 등에서 활동하다가 2016년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러시아 언론들은 그가 쇼이구 장관의 측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쇼이구 장관이 잠시 모스크바 주지사를 맡았던 2012년 모스크바주 부주지사를 역임했다.
뉴스.루는 이바노프 차관의 구금이 쇼이구 장관에게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면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취임식을 거쳐 집권 5기가 열리면 정부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 통신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지휘 중인 쇼이구 장관의 측근이 갑자기 체포되자 러시아 고위 관료 내부 싸움을 둘러싼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부패 척결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학자 키릴 아베야노프는 뉴스.루에 "국방부 등 국가 기관의 부패 청산은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9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바노프 차관을 러시아 안보 분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하나로 꼽았다. 당시 그와 그의 가족 연간 소득은 1억3천670만루블(약 20억원)로 추정됐다.
이바노프 차관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 유럽연합(EU),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옥중 사망한 알렉세이 나발니가 세운 반부패재단은 지난해 이바노프 차관의 부인이 서방 제재를 피해 위장 이혼을 하고 프랑스에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전 부인인 스베틀라나 이바노바는 러시아에서 기업가이자 '사교계 명사'로 유명하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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