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 규모 '리그로우' 프로젝트…"정부, 주민 강제 퇴거 계획"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세계은행(WB)이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된 탄자니아 관광·보존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세계은행은 이날 AFP 통신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탄자니아 남부의 천연자원과 관광 자산 관리 개선을 위해 설립된 1억5천만 달러(약 2천59억원) 규모의 '리그로우'(REGROW) 프로젝트와 관련, "자금의 추가 지급을 즉각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리그로우 프로젝트의 실행 과정에서 정책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리그로우와 관련된 학대와 불공정 혐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의 생계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며 "우리는 해로운 영향을 식별해 막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오클랜드 연구소는 지난해 탄자니아 정부가 리그로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확장할 예정인 루아하 국립공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 의혹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탄자니아 정부가 공원 확장을 위해 2만명 이상의 주민을 강제로 퇴거시킬 계획이라며 야생동물 관리원들에 의한 폭력과 가축 압류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의 결정과 관련, 오클랜드 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세계은행이 자금을 지원한 프로젝트가 루아하 인근 지역사회에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초래했다"며 "세계은행의 지원 중단 결정은 늦은 감은 있지만 책임과 정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AFP 통신은 덧붙였다.
탄자니아는 동물의 왕국 세렝게티와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인도양의 아름다운 산호섬 잔지바르 등이 유명한 동아프리카의 관광 중심지다.
지난해 관광 부문에서만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24% 증가한 180만명으로 증가하면서 33억7천만 달러(약 4조6천25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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