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법원이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러시아에서 보유한 자산 가운데 4억4천만달러(약 6천억원)를 압류하라고 명령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재법원은 러시아 국영 VTB은행이 JP모건체이스(이하 JP모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VTB은행은 미국 내 JP모건 계좌에 보유하고 있다가 동결된 자사 자금 4억3천950만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지난주 소송을 냈다.
VTB은행은 JP모건이 동결자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러시아 내 사업을 접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JP모건이 러시아에서 보유한 "동산 및 부동산"을 VTB은행의 미국 내 동결자산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압류하라고 판결, 원고인 VTB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JP모건은 미국법에 따라 자사도 VTB은행 동결 자산에 접근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자사 자산 압류를 막기 위한 별도 소송을 미국에서 제기한 상태다.
JP모건과 VTB은행은 모두 해당 판결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면전을 일으키자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 국영기업들에 제재를 부과하고 이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이에 러시아도 자국 내에 있는 서방 등 '비우호국' 기업의 자산을 일시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한 명령을 내리고 배당금 지급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
러시아 내 글로벌 기업들은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규제 강화로 경영 활동이 어려워지자 러시아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고 자산도 헐값에 넘겨야 하는 등 철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JP모건은 골드만삭스 등과 함께 전쟁 발발 초기에 러시아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현지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경우 러시아 내 협력사로, 서방 제재 대상인 에너지 재벌 올레그 데리파스카가 소유한 가스 그룹과의 소송에 져 2억400만달러(2천800억원) 상당의 러시아 내 자산을 압류당했다.
폭스바겐이 러시아 사업을 현지 자동차 딜러 업체 아빌론에 매각하도록 승인받은 뒤에야 해당 자산의 동결이 풀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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