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전망치 40%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5% 하락
"금리·환율 악화에 투심 위축"…외인 다시 '팔자', 대형주 낙폭 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25일 다수의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 가운데 호실적을 낸 기업들의 주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금리, 환율 등 대외 변수가 부정적이었던 데다 전날 급등에 시장 전반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호실적이 반영될 공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SK하이닉스[000660]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8천860억원으로, 3조4천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작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1개월 이내 시장 전망치 2조645억원을 40%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은 이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 등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감을 키워왔는데,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고도 남는 실적을 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불과 반년 전에 비해 HBM 수요 가시성이 더 명확해지는 모습"이라며 "상당수의 기존 고객, 잠재 고객과 함께 2025년 이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라고 일각의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주가의 흐름은 실적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12% 하락한 17만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빅테크 기업의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 악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날 2% 넘게 하락했고 마이크론, AMD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경우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천573억원으로 시장 전망치(1천178억원)를 33.51%나 상회했지만 주가는 3.25%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5.2% 감소했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분 1천889억원을 제외하면 적자인 상황이지만, 이러한 전망이 주가에 선반영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은 아쉽다는 평가다.
POSCO홀딩스[005490]의 경우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천억원으로 시장 전망치(4천978억원)를 20.53% 상회했지만, 주가는 0.88% 하락했다.
삼성E&A[028050]는 시장 전망치(1천914억원)를 9.40% 상회하는 2천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역시 주가는 1.34% 하락 마감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해 1분기 4천694억원 적자로 시장이 예상했던 5천92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이 줄었으나, 주가는 장중 약세를 보이다가 장 후반 들어서야 상승 전환해 0.39%의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호실적 기업들의 약세는 증시 전반을 둘러싼 대외 변수의 악화 여파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날 2% 급반등한 코스피가 '숨 고르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차익 실현 심리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7.13포인트(1.76%) 하락한 2,628.62로 장을 마쳤다. 전날 2.01%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하루 만에 다시 매도 우위로 전환, 3천177억원을 팔았다. 최근 사흘간 매수세를 이어가던 기관도 방향을 바꿔 5천396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대형주(-2.06%)의 낙폭이 중형주(-0.26%), 소형주(-0.22%) 대비 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연동해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데다 달러는 강세 전환하면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둔화됐다"며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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