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앙가라호, 2월부터 中저장성 조선소 이용"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북한제 무기를 러시아로 운송해 제재를 받은 러시아 선박이 중국의 항구를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두고 미국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이 북러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화물선에 정박지를 제공한 사실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를 인용, 러시아 선박 '앙가라' 호가 지난 2월부터 중국 저장성 동부의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고 전했다.
앙가라호는 지난해 8월부터 다량의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군수물자를 운송한 것으로 파악돼 미국, 영국에 이어 한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다.
RUSI에 따르면 미국 상업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 PBC 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앙가라호가 저장성의 저우산 신야 조선소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조선소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사가 중국 최대 민간 선박 수리회사라고 설명했다.
앙가라호는 지난 1월 선박 위치를 외부로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로 북한과 러시아 항구에 정박했다가 대한해협을 건너 중국으로 이동했다.
RUSI는 이 선박이 수리나 유지보수를 위해 중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며 안전 문제 등 모종의 이유로 AIS를 잠시 켜는 바람에 위치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앙가라호는 중국에 도착한 뒤 AIS를 다시 껐다.
북한의 제재 회피망을 추적해온 RUSI는 앙가라호가 지난해 8월부터 북한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항구를 최소 11차례 오가며 군수품을 운송했다고 덧붙였다.
조지프 번 RUSI 선임연구원은 "(앙가라호가) 아무 조사를 받지 않고 수리를 마친 채로 출항하게 둔다면, 이는 중국이 (제재 대상) 러시아 선박들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나 관련 질의에 해당 문제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와 저우산 신야 조선소 측도 앙가라호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앙가라호와 관련된 세부 사항은 알지 못한다면서 중국은 "국제법이나 안보리의 권한에 근거를 두지 않은 일방적 제재와 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 적용에 항상 반대한다"고 밝혔다.
앙가라호가 현재 중국 항구에 정박해 있다는 내용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신뢰할만한 출처가 공개된 보고서'에 대해 알고 있으며 해당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답했다.
국무부는 또한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언급하며 "모든 회원국이 그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토니) 블링컨 장관이 이번 주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을 만날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러시아-북한 관계 등 다양한 우려 사항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4∼26일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이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방중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9일에는 "북한, 이란, 중국으로부터 러시아의 군수산업 기반을 지원하는 기술과 무기가 (러시아로) 들어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중국이 군사와 민간 용도로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을 러시아에 공급해 유럽 안보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최근 경고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