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공격 받으면 러시아와 모든 무기로 대응"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수십 개가 벨라루스에 배치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 최고 대표조직인 인민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특정 규모의 무기를 배치하기로 했다"며 "수십 개의 최신 핵무기가 배치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동맹국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이를 실행해왔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외국에 배치한 것은 소련 시대 이후 처음이다.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 전술핵무기가 핵 위협용이 아닌 억지용이라고 강조했다.
벨라루스 인민 회의는 이날 새로운 군사 교리도 채택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새 군사 교리가 기존 군사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서 핵무기 사용 등 군사 분쟁 위험 증가에 대한 조항 등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 "벨라루스는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평화로운 국가지만 내정간섭, 군사력이나 침략에 의한 위협은 모든 잠재력을 동원해 억제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벨라루스가 공격받을 경우 자국은 물론 러시아가 모든 종류의 무기로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와 분쟁을 벌인다면 러시아 핵무기를 배치한 벨라루스를 가장 먼저 공격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핵무기 배치에 대해 계속 우리를 비난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핵탄두 수를 정확히 집계했다면서 "200개 이상의 군수품(미사일과 폭탄)이 유럽의 공군 기지에 배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벨라루스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우리나라를 분쟁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 국경 인근에 집중 배치된 우크라이나군이 무력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에 벨라루스도 작전 수행 준비가 된 몇 개 대대를 국경에 배치해 나토와 마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원령을 내릴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금이 평화 조약을 체결하기 가장 좋은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국가 지위를 잃고 없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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