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여명 사상' 1994년 폭탄테러 지시 의혹 이란 내무장관 체포 촉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친(親)이스라엘 외교 행보를 보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근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빚은 이란과의 과거 악연을 재소환하며, 국제사회에 이란 정부 각료의 체포를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간)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부 장관과 디아나 몬디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3일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의 체포를 요청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바히디 이란 장관은 이번 주에 두 나라를 찾은 바 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핵심 각료로 꼽히는 두 장관은 성명에서 "바히디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 수배 대상"이라며 "1994년 폭탄 테러에 책임이 있으면서도 아무런 처벌 없이 권력을 누리는 자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앞서 1994년 7월 18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아르헨티나·유대인친선협회(AMIA) 건물 폭탄 테러로 85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이란과 연계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했고, 아르헨티나 검찰 역시 "이란의 지시가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바히디 장관을 꼽은 바 있다.
또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알베르토 니스만 아르헨티나 특별검사가 사건관련 비공개 의회 청문회 하루 전인 지난 2015년 1월 18일 숨진 채 발견돼, 그의 사망 경위를 두고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1994년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우리 국민에 대한 아르헨티나 측 불법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가 이란을 향한 30년 묵은 앙금을 다시 끄집어낸 건, 상대방 본토를 직접 타격하며 중동 전체를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고 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란의 '호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스라엘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취지다.
취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밀착해온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이스라엘의 동맹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 공부를 하며 국내외 유대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란과 관계 정상화를 꾀했던 좌파 페론주의 계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주요 국제언론에서 극우파로 분류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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