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호주 총리 '설전' 이어 엑스 공식 입장 내…신경전 가열 양상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근 호주 시드니의 한 교회에서 벌어진 흉기 테러 사건 영상과 관련해 호주 정부와 엑스(X·옛 트위터)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호주 정부의 해당 영상 삭제 명령 이후 엑스 소유주 일론 머스크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설전'을 주고받은 데 이어 엑스는 자체 계정을 통해 호주 정부 명령에 대한 거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엑스의 글로벌 정부 업무 담당 팀은 지난 25일 자체 계정을 통해 미사를 집전하던 주교가 피습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공적인 토론'(public discussion)의 일부라며 영상 삭제 명령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엑스측은 "해당 영상은 폭력을 부추기거나 도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7시께 시드니 남서부의 한 아시리아 동방교회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16세 소년이 흉기를 들고 나타나 미사 집전 중인 주교를 습격했고, 이를 말리려는 교회 신부와 신도들도 공격했다.
당시 미사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되고 있었고 흉기 난동 장면도 그대로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이후 엑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널리 퍼진 상황이다.
영상이 급속하게 퍼지자 호주 디지털범죄 대응 최고기관인 온라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지난 22일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엑스에 해당 영상을 차단하고 삭제하라고 명령했고 호주 내에서는 해당 영상 접근이 차단됐다.
하지만 엑스가 서버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하지는 않아 호주 외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내에서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호주 정부는 해당 영상을 전 세계적으로 서버에서 완전히 삭제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머스크는 엑스를 통해 "해당 콘텐츠는 미국 내 서버에만 저장돼 있다"며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가 지구상 모든 국가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호주가 자국 내 접근은 차단할 수는 있어도 미국 서버에 있는 동영상에까지 삭제 명령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23일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SNS는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머스크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머스크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신이 법과 상식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 오만한 억만장자를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전날에도 엑스를 통해 호주 정부 명령은 온라인안전 규정을 세계로 도입하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음모라고 주장한 네티즌 글들을 공유하며 앨버니지 총리 발언 등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