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김형태 "게임업계, 모바일 MMO만으론 안돼"

입력 2024-04-26 20:00  

'스텔라 블레이드' 김형태 "게임업계, 모바일 MMO만으론 안돼"
공동 인터뷰…"AI 시대에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질문 던지는 작품"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을 시작할 때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게임) 만들면 가뿐하게 연간 천억은 벌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하느냐'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시대를 바꾼 작품은 언제나 기존 것을 따라 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산 콘솔 게임 흥행 기대작 '스텔라 블레이드'를 만든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겸 총괄 디렉터는 26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표적인 국내 1세대 게임 원화가인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036570]에서 아트 디렉터를 맡아 2012년 선보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의 전반적 화풍과 캐릭터 디자인을 감독해 유명 게임 개발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4년에 시프트업을 창업, 본인 특유의 화풍을 살린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 반열에 올렸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이날 오전(한국 시간 기준) 플레이스테이션5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한 '스텔라 블레이드'는 발매 직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시프트업이 한국 시장의 주류 장르인 모바일 MMORPG가 아닌 싱글플레이 콘솔 게임에 도전한 계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게임 시장과 이용자, 개발자들 모두가 우리가 무엇을 즐거워하고 있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저희가 열심히 증명하려 노력할 테니, 함께 세계 시장에 통하는 게임을 만들어가자"고 독려했다.
"바나나가 캐번디시 종 하나로만 존재하다가는 전염병이 돌면 멸망할 것이다. (한국 게임업계가) 모바일 MMORPG만 만들다가는 그런 순간이 올 것"이라며 "다양한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게임 개발사들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콘솔 게임 진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 말에는 "게임은 문화 상품인 만큼, 창작의 자유가 중요하다"며 "게임 등급 분류 자체는 긍정적이라 보지만, 성인 전용 게임임에도 청소년이 플레이할 것을 전제하고 심의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자기검열을 하지 않도록 자유를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처음 만들어보는 3D 콘솔 게임이다 보니 제작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았다.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는 "제작진들은 노하우가 많은 사람이지만 콘솔 개발은 처음이었다"며 "소니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 퀄리티를 높일 수 있었다. 또 프레임(화면 주사율)이 중요한 액션 게임이다 보니 충분한 시간을 들여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스텔라 블레이드'에는 요즘 전 세계적인 화두인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김 대표는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많은 부분이 대체되고 있고, 때로는 자기가 쌓아왔던 일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절대로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은 요소까지 AI가 대체해 인간의 정의가 재정의될 때 우리는 어떻게 될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지 질문하는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텔라 블레이드'가 택한 멀티 엔딩 구조에 대해 "그 선택을 유저들이 내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어떤 선택을 내리든 정사(正史)로 받아들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외 유명 게임 개발자들과의 인연도 언급됐다.
김 대표는 '바람의 나라'·'리니지' 초창기 개발에 참여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스텔라 블레이드'에 카메오로 나오는 데 대해 "국내 게임사에 큰 족적을 남긴 뛰어난 개발자"라며 "평소에도 많이 소통하는데, 우리 회사에 오셨을 때 '스캔해서 게임에 넣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또 '니어 오토마타' 디렉터 요코 타로(橫尾太郞), 액션 게임의 거장 코지마 히데오(小島秀夫)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니어 오토마타에서 영향을 받은 만큼 원작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해 드리는 게 예의라 생각했다"며 "코지마 감독하고는 게임 제작에 대한 이야기만 살짝 나눴는데, 다음 번에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차기작이나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발매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동기 디렉터는 "발매 당일 패치로 엔딩 이후 진척도를 계승해 플레이할 수 있는 뉴게임+ 모드가 업데이트되고, 다른 편의성도 개선했다"며 "향후 보스 챌린지 모드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이 타이틀에 집중하고,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완해 게임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도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시프트업의 DNA는 '있어 보이는 척' 없이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돌직구'로 전지는 게임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수의 게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세계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계속해서 게임을 만들 것이고, 그때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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