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봄'에…삼성·SK, 차세대 먹거리 '맞춤형 HBM' 속도

입력 2024-04-28 06:11  

'반도체의 봄'에…삼성·SK, 차세대 먹거리 '맞춤형 HBM' 속도
AI 본격화에 고객 요구도 확대…"맞춤형 HBM은 AGI 시대 여는 교두보"
SK하이닉스, TSMC와 HBM4 개발 협력…삼성전자, 차세대 HBM 전담팀 구축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먹거리인 맞춤형(customized)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며 고객의 요구도 갈수록 고도화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맞춤형 HBM을 공급해 시장 리더십을 쥔다는 방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5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6년부터 양산 예정인 HBM4의 베이스 다이(base die) 제작을 위해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 등 고객들의 폭넓은 요구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맞춤형 HBM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TSMC와 협업해 HBM4의 개발과 첨단 패키징 기술 협력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램 단품 칩인 코어 다이(core die)를 쌓아 올린 뒤 이를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제조한다. 맞춤형 HBM은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또는 주문형 반도체(ASIC)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베이스 다이를 차별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맞춤형 HBM에 대한 니즈(요구)는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AI 시스템에서 제품 효용 극대화를 위해 최적의 HBM을 활용하려는 데에서 생겨났다"며 "TSMC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맞춤형 HBM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충북 청주에 건설할 신규 팹(반도체 생산공장)인 M15X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HBM 등 차세대 D램의 생산 능력을 늘리기로 했다.
또 38억7천만달러(약 5조2천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시설을 짓고 2028년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전담팀을 구축해 고객 맞춤형 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HBM을 담당하는 상품기획실 김경륜 상무는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 인터뷰에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업체가 제품을 개별적으로 최적화해서는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의 혁신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있다"며 "맞춤형 HBM은 프로세서, 메모리가 공동 최적화를 수행하는 첫 단추이자 AGI 시대를 여는 교두보"라고 말했다.
초기 HBM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의 범용성이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킬러 앱'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성숙하면서 하드웨어 인프라가 서비스별로 최적화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코어 다이는 단일화하고 8단, 12단, 16단과 같은 패키지와 베이스 다이 다변화를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어드밴스드 패키징(AVP) 등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은 고객이 병목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커스텀(맞춤형) HBM4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며 "고객들은 우리와 함께 그 일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를 지나면서 ASIC를 비롯한 맞춤형 칩 시장의 고성장이 부각되고 HBM을 포함한 고부가 맞춤형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수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ASIC 시장 성장으로 HBM 7세대부터 이런 시장 변화에 따른 수혜가 보다 강화되고 맞춤형 메모리 시장 내 SK하이닉스 경쟁력이 추세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맞춤형 칩 시장 성장세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향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HBM 수요 증가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다운턴(하강국면)에서 벗어나 실적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1년간 이어진 적자 행진에서 벗어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2조8천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이다.
앞서 지난 5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10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6조5천700억원)보다도 많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이 1조5천억∼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을 발표한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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