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인도 대법원이 조작 우려를 이유로 전자투표기(EVM)를 이용한 투표를 100% 확인해달라는 비정부기구(NGO)의 탄원을 기각했다.
27일(현지시간) 인도 매체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정치개혁협회'(ADR)가 최근 제기한 탄원에 대해 "어떤 제도에 대한 맹목적 불신은 불필요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대법원은 2019년 총선 때 2만여개 EVM 기표지를 육안으로 검사한 결과 한 건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ADR 요청을 수용할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ADR은 EVM을 이용한 투표를 모두 확인하고 그러지 않으면 종이 투표제로 되돌아갈 것을 요청하는 탄원을 냈다.
인도 유권자들은 2004년 총선 이후 용지에 도장을 찍는 대신 EVM을 이용해 투표한다.
인도 업체들이 개발한 EVM은 실로폰처럼 생긴 투표기와 작은 우체통 같은 투표확인기(VVPAT)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권자는 먼저 후보자 이름, 정당 상징 등을 보고 투표기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어 옆에 VVPAT 창을 통해 자신이 투표한 내용이 종이로 인쇄돼 보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투표기에는 최대 2천명의 기표 정보가 기록된다. 해킹 등을 막기 위해 투표 결과는 서버에 재저장되지 않고 각 투표기에 그대로 보관된다
대법원에는 ADR 탄원을 기각하면서도 한 지역구에서 2위와 3위 득표 후보가 원할 경우 지역구에 설치된 EVM의 5%에 대해 EVM 제작업체 전문가 팀이 검사해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시민단체의 또 다른 요청은 수용했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한 지역구 투표소에 설치되는 수천 대의 EVM 가운데 5대만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인도에선 EVM 신뢰를 놓고 야당이 줄곧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야당으로 머물 때 EVM을 못 믿겠다고 주장했다가 2014년 총선 압승 이후에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인도국민회의(INC)는 집권 기간에는 EVM을 문제 삼지 않았지만 2014년 총선 패배 이후 역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인도에선 지난 19일과 26일 총선 투표가 지역별로 치러진 데 이어 향후 6월 1일까지 5차례 더 투표가 실시된다.
연방하원 의원 543명을 뽑는 이번 총선의 개표 결과는 오는 6월 4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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