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피해신고 2천209건 접수…리딩방 사기 최다
(서울=연합뉴스) 이율 기자 =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접근한 이성 B씨에게 마음에 든다는 고백을 받고 1개월가량 사소한 일상은 물론,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각종 고충을 공유하며 깊은 유대감을 쌓았다.
B씨는 A씨에게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얻었다며 수익률 인증 사진과 명품쇼핑을 사진을 공유했고, 자신의 삼촌이 가상자산을 10년간 연구해온 전문가인데, 투자정보를 공유해주겠다며 자신의 지시에 따른 투자를 권유했다.
평소 자녀 육아비용 등에 부담을 느껴왔던 A씨는 비상금 1천만원을 꺼내 B씨의 안내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가입하고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전송했고, 이후 수차례 매매에 참여해 큰 수익을 낸 뒤 다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수익금을 전송해 원화로 출금하는 것까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B에 대한 신뢰를 키웠다.
대출을 통해 증거금을 3억원까지 늘렸던 A씨는 추가 증거금을 넣어 더 큰 수익을 내자는 B씨의 설득 와중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로맨스 스캠(돼지도살 스캠) 투자사기 주의 안내 문자를 받고 급히 출금 신청을 했지만, 출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직장생활 20여년간 모아온 전 재산을 잃었다는 사실에 자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산하 가상자산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누적 2천209건의 피해 신고를 전수 분석해 A씨의 사례를 포함해 대표적 피해사례 7건을 선정, 피해 경위와 대응 요령을 담은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올해 1∼4월 금감원 가상자산연계 투자사기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중복집계)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리딩방 사기가 26.5%로 가장 비중이 컸고, 미신고거래소(18.9%), 피싱(17.7%), 유사수신(5.29%) 순이었다.
금감원이 집계한 대표적 피해사례 7선을 보면 ▲ 미신고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사기 ▲ 락업코인 판매(블록딜) 사기▲ 로맨스 스캠 사기 ▲ 유명 코인 사칭 사기 ▲ 가상자산거래소 직원 등 사칭 사기 ▲ 가상자산 리딩방, 대리매매 사기 ▲ 대체불가토큰(NFT) 경매 사기 등이었다.
락업코인 판매 사기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기회라며 락업 설정된 코인투자를 권유받았지만, 락업 해제일 가격이 폭락해 손실을 본 경우다.
유명 코인 사칭 사기는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이 큰 유명 코인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했지만, 이름만 같은 가짜 코인이었고, 판매업체는 잠적해버린 사례다.
금감원은 이 사례집을 홈페이지에 전자파일 형태로 게시하고, 전국 노인복지관과 고용지원센터, 광역 지자체 등을 통해 고령자 등 취약계층 위주로 배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일 본 책자에 기재된 사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투자사기를 당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즉시 금감원이나 경찰에 신고하고 상담과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금감원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DAXA)와 공동으로 이 사례집을 비롯해 가상자산 투자사기 대표 유형 숏폼 시리즈와 투자자 유의 사항 교육영상을 SNS 채널 등에 게시하고, 닥사 홈페이지에 통합정보게시판을 운영할 계획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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