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의심받는 멜로니 집권 이후 대담해졌다는 분석도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인근의 코모호수에서 수백명의 군중이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코모호수에는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사망 79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약 200명이 모였다.
무솔리니는 그의 정부 클라라 페타치와 함께 1945년 4월 스위스로 도망치려다 코모호수에서 체포돼 총살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파시스트 추종자들은 무솔리니를 비롯해 당시 처형됐던 15명을 추모하기 위해 코모호수에 장미 15송이를 바쳤다.
이들은 "베니토 무솔리니 동지"라는 구호에 맞춰 파시스트 경례를 하며 "프레젠테"(Presente)를 외쳤다.
파시스트 경례는 파시스트의 상징인 로마식 경례(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경례)로 과거 무솔리니 통치 시절에 쓰였다. 흔히 '나치 경례'로도 알려진 동작이다.
'프레젠테'는 파시스트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구호로,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현재까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날 현장에선 이들을 비판하는 반파시스트 시위대 수백명이 몰려 파시스트 정권에 맞섰던 저항군의 투쟁가 '벨라 차오'(Bella Ciao)를 불렀다.
경찰은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량을 동원해 둘을 갈라놓았다.
무솔리니 통치 아래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이탈리아는 전후 파시즘 찬양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채택했지만 적용 조건이 매우 엄격해 사실상 사문화됐다.
1957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이 법의 적용 범위가 이탈리아의 파시즘 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만 적용된다는 판례를 세웠다.
이후 법 개정 논의가 이어졌으나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극우 세력의 반발에 부닥쳐 좌초됐다.
올해 1월 이탈리아 대법원은 2016년 한 행사에서 파시스트 경례를 한 혐의로 기소된 네오파시스트 행동대원 8명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0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집권한 이후 파시스트 추종자들이 더 대담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멜로니 총리와 그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무솔리니의 지지 세력이 창당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뿌리를 둔다.
멜로니 총리는 집권 이후 파시즘과 결별을 선언했지만 FdI는 MSI가 사용했던 삼색 불꽃 문장을 여전히 당의 로고로 사용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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