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19만가구 적게 집계하고 두차례 '공급확대 대책'
'집값 통계조작 논란' 여파 여전한데…국토부, 공급통계 축소 집계 시인
실제 미분양 10만가구 넘는다?…미분양 통계 축소 문제제기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집값 통계 조작 논란에 이은 주택공급 실적 누락으로 주택 통계의 신뢰성이 상처를 입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주택공급 통계를 기반으로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을 두 차례 발표했으나, 공급 물량이 19만호 적게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 물량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 주택 준공 5.4% 늘었는데 '24% 감소' 발표
30일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을 기존에 발표했던 38만9천가구에서 42만9천가구로, 착공 실적을 20만9천가구에서 24만2천가구로, 준공 실적을 31만6천가구에서 43만6천가구로 각각 정정했다.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데이터 누락이 확인돼 다시 집계한 결과다.
통계 정정으로 지난해 연간 인허가는 4만가구, 착공은 3만3천가구, 준공은 12만가구가 늘었다. 19만3천가구를 적게 집계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 공급 축소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 공공주택과 빌라 등 비(非)아파트 공급 촉진을 위한 '9·26 대책',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를 확 풀어 민간 공급 확대를 꾀하는 '1·10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 인허가(전년 대비)가 25.5%, 착공은 45.4% 줄었다고 발표했으나, 인허가는 17.8%, 착공은 36.8% 줄어든 것으로 정정됐다.
감소 폭이 다소 축소됐으나 큰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의 강도가 적절했느냐는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공급 정책의 목표 지점은 인허가, 착공이었다"며 "이번 통계 정정으로 정책적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2만가구가 누락된 준공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입주 물량과 관계있는 준공은 지난해 23.5%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으나, 정정된 실적을 보면 오히려 5.4% 늘었다.
◇ 작년엔 감사원 '집값 통계조작 감사' 후폭풍 지속
감사원의 집값 통계 조작 감사를 작년 한 해 혹독하게 겪은 국토부 입장에서는 이번 공급 통계 누락이 더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감사원은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통계 작성 과정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해 9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국토부 전직 장·차관과 고위 공직자들이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 이후 국토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섣불리 주택 통계에 대해 언급하면 '통계를 바꾸라'는 압력을 넣으려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마저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주택공급 통계 누락은 문제를 자체적으로 확인한 뒤 정정 발표했다는 점에서 법정에서의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집값 통계 조작 논란과는 결이 다르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처음에는 경기 하방으로 인허가와 착공이 줄어든 것으로 봤다"면서 "공급 수치에 차이가 크게 나 이상하다는 지방자치단체의 말을 듣고 확인해보니 전산 오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의 부동산 경기 판단, 정부 정책의 기초 근거가 부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나며 주택 통계는 신뢰성에 또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 '미분양 10만가구 넘을수도' 주장도…통계에선 6.5만가구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발표하는 미분양 주택 수가 실제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 신고는 지자체가 주택사업자에게 문의한 뒤 취합해 국토부에 전달하고 있다.
미분양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 불리해지는 사업자들이 축소 응답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미분양이 10만가구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업계의 주장이다.
사업 주체가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거나 축소 등 거짓으로 신고해도 보고를 강제하거나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천964가구로 전월보다 0.1%(90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2천194가구로 2.8%(327가구) 증가했다.
김헌정 국장은 "미분양 통계가 보수적으로 산출되기에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시계열을 활용해 경향성을 비교하려면 지금 같은 집계 방식을 쓸 수밖에 없으며, 당장 바꿔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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