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유로 2024 앞둔 프랑스·독일 비상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가자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틈을 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테러를 거론하며 5년 전 괴멸된 것으로 여겨졌던 IS가 부활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가 특히 서구권 정보기관들을 경악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IS의 소행으로 알려진 이 테러로 1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방은 특히 IS의 칼날이 다가올 여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릴 프랑스와 독일로 향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오는 7월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고 독일은 6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를 치른다.
이슬람 전문가 질 케펠은 "모스크바에서 테러를 벌일 수 있다면 파리에서도 가능하다"며 "모스크바에서의 테러는 파리 올림픽을 겨냥한 사전 연습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테러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파리 센강을 따라 열기로 했던 올림픽 개막식 행사를 축소하기로 했고, '플랜 B'도 준비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올림픽과 같은 국제 이벤트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는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인질로 잡았고, 2015년 파리 시내의 바타클랑 공연장에선 무장 괴한 일당이 난입해 무차별로 소총을 난사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와 마찬가지로 바타클랑 공연장 테러 때도 IS가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가자지구 전쟁으로 젊은 층이 급진화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IS는 2019년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에 의해 시리아에서 축출당하며 근거지를 잃었지만, 이후에도 암약해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워싱턴 인스티튜트의 애론 젤린은 특히 IS가 칼리프국(초기 이슬람 신정일치국)을 만들었다는 점 등을 들며 젊은 층 사이에서는 9·11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골칫거리로는 이슬람국가아프간분파(ISKP)가 꼽힌다.
2021년 18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불 공항 테러로 악명을 떨친 ISKP는 2022년 4건, 지난해 12건에 이어 올해는 지금까지만 15건의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에서 100명 넘는 사상자를 낸 대규모 폭탄 테러도 이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파리정치대의 휴고 미쉐롱은 "ISKP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격을 감행한다"며 "아직 유럽에서 공격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시도가 좌절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지정학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실제 철군이 이뤄지면 IS가 다시 본격적으로 세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SKP는 올해 1월 추종자들을 향해 "이슬람의 사자들이여, 미국과 유럽과 세계의 거리에서 유대인과 기독교인, 그리고 그들의 동맹으로부터 먹잇감을 사냥하라"고 공격을 촉구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을 거론하며 서방은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기를 바랄 수 있지만, 테러범들은 아직도 진군하고 있다고 짚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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