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로 꼼꼼히…알리·테무발 위해물품 잡아내는 군산세관

입력 2024-05-01 07:01  

엑스레이로 꼼꼼히…알리·테무발 위해물품 잡아내는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 개장…연간 600만건의 중국발 해외직구 물품 검사 기대
담당 직원 10명에 그쳐 인력 부족…"인력 확충 절실"


(군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이거 좀 보세요"
특송장의 엑스레이(X-ray) 판독실. 조용히 화면을 보던 직원은 물품을 나르던 신축 컨베이어를 멈춘 뒤 화면을 확대하며 이리저리 뜯어봤다. 그러더니 휴대전화 카메라로 화면을 찍어 옆에 앉은 직원에게 보여줬다.
화면에는 긴 물건이 있었다. 엑스레이 화면만으로는 어떤 물건인지 알기 어려웠다.
얘기를 마친 직원은 화면을 더 뜯어보더니 서류에 물품 번호와 함께 '1'을 적는다. 총포·도검류 등이 의심된다는 의미의 1번이다.
"이게 노리쇠처럼 보여요"
또 다른 엑스레이 화면이 노리쇠처럼 생긴 모양을 비추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찾은 1천평 규모의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는 개장 첫날부터 분주히 돌아갔다. 직원이 보는 엑스레이 화면에 물품들이 쉼 없이 들어왔다.

각 직원이 보는 화면은 총 네 개. 엑스레이 판독하는 화면 두 개와 동시구현 화면 1개, 실제 반입되는 물품을 비추는 화면 1개다.
동시구현 화면에는 각각 들어오는 물품의 정보가 담긴다. 품목, 가격, 배송회사 등의 정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람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직원은 물품 정보와 실제 엑스레이 화면을 비교해 의심스러운 물품을 잡아낸다. 노리쇠가 달린 총포처럼 보인다든지, 명품으로 신고됐는데 실제 세관 신고서엔 터무니없는 저가로 신고됐다든지 하는 물품들이다.
엑스레이 판독실의 의심은 통관 현장으로 전달돼 현장 직원이 따로 빼놓는다. 이들 물품은 개장 검사 대상이 된다.

직원들은 효율적인 검사를 위해 컨테이너 1개의 반입이 완료되면, 같은 컨테이너에서 나온 의심 물품들의 개장 검사를 진행한다.
포장을 뜯어 신고된 내용대로 안에 내용물이 맞는지, 총포·마약 등 위해물품은 없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는 검사다.
엑스레이에서 총포처럼 보인 끝자리 '2653'번 물품도 개장 검사장에 올랐다. 한 직원이 들고 있던 목록에 적힌 해당 물품 정보를 찾아 읽으면, 다른 직원이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총포로 의심된 2653번 물품은 다행히 총포가 아니었다. 노리쇠처럼 보인 물건은 소형 토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약 등 위해 물질이 들어있거나, 세관 신고 정보와 다른 물품들은 통관이 보류된다. 검사를 진행한 직원이 보류 사유를 포장지 위에 적었다.
개중엔 'TP'라고 적힌 물건이 있었다. 전파법에 해당하는 전자기기라는 의미로, 목록 통관이 안 되고 정식 수입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 물품이다. 검사에 걸린 물품은 무선 헤드폰이었다.

'수량'이라고 적힌 물건도 있었다. 신고보다 많은 수량의 물품들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이는 자가 사용이 아닌 판매 목적의 물품으로 의심돼 통관이 보류된다. 스스로 쓸 목적의 물품이어야만 수입 신고 없이 관세 등을 면제받을 수 있다.
세관은 이런 절차로 지식재산권 위반 물품인 소위 '짝퉁'도 걸러낸다.
통관 과정을 넘긴 물품들은 곧바로 특송장 뒤편에 있는 배송 트럭에 옮겨져 배달된다.
통관이 보류된 물품은 요건을 충족시킬 때까지 보관된다.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는 엑스레이 검색기 3대를 갖춰 연간 600만건 이상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곳으로 반입되는 물품은 모두 중국에서 오는 물건들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은 더 커진다.
중국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을 이용한 구매가 늘면서, 지난해 중국에서 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천881만5천건으로 전년(5천215만4천건)보다 70.3%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테무에서 구매한 물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는 상황이다.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 신설로 중국발 물품이 들어오는 인천세관과 평택세관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안전성에 대한 검사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군산항에 들어오는 특송화물을 직접 통관함으로써, 위험 관리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산세관은 자체 통관시설이 없어 평택·인천으로 물품을 보내야 했다. 물건을 옮겨 실으면, 이 과정에서 물품을 바꿔치기할 가능성이 있는 등 관리가 어려워진다.

다만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군산세관 특송물류센터는 물품을 옮기는 신축 컨베이어 3대를 운영할 수 있지만, 개장 첫날엔 2대만 운영하고 있었다.
1대당 필요한 인원은 4.5명으로 3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12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직원은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신입 직원 2명이 교육을 받는 관계로 2대밖에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마약·총포 등 위해 물품을 꼼꼼히 잡아내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세관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일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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