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트럼프가 더 두렵다?…"무역전쟁 등 최악상황 대비 분주"

입력 2024-05-02 11:50  

중국도 트럼프가 더 두렵다?…"무역전쟁 등 최악상황 대비 분주"
WSJ "'디리스킹+60% 관세'로 설상가상 우려"…폼페이오·라이트하이저 '측근' 움직임에 촉각
'핵심이익' 대만 문제도 이견 가능성…트럼프-푸틴 친분에 '시진핑-푸틴 브로맨스' 약화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용한 준비에 나섰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현재로선 전현직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중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 알 수 없지만, 중국은 트럼프 재선을 '최악의 상황'으로 규정하고 그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 내에선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유럽과 일본 등 동맹과 함께 중국의 첨단산업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 드라이브를 펼쳐온 바이든 대통령을 부담스러운 상대로 인식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는 뜻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구호)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을 경험했던 터라 바이든보다는 트럼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이 더 많다.
작년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 이후 미·중 간에 '필요한'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이 같은 수준의 미·중 소통도 불가능해질 걸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핵심 중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창해온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대만 총통선거에 불개입함으로써 나름대로 '신뢰'를 줬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다.
특히 국제정세를 볼 때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3년여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해결에 주력했다면, 두 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미 대선 이후에는 미국이 '중국 때리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중국의 우려 요인이다.
중국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劉建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올해 초 미국 싱크탱크와 비공개회의에서 "트럼프 치하에서 우리는 나쁜 경험을 했다"는 말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템슨센터의 윈쑨 동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미·중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은 한계에 도달하겠지만 부정적인 측면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묵직한' 미래 존재감을 중국에 분명하게 전달했다.
재임 시절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밀어붙였던 그는 한 술 더떠 60%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재임 중 '무역전쟁'을 벌이며 2018년과 2019년 중국산 제품에 수십억 달러(수조원) 규모의 고율 관세 부과를 주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에 그치지 않고 바이든 미 행정부의 디리스킹 제재까지 복합적인 대중 압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중국 내부의 시각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에 더해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산업에의 접근 차단이라는 디리스킹 정책 강화로 중국을 옥죄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외교, 무역, 투자, 첨단 기술 등과 관련된 정부 부처에 트럼프 선거 캠프의 대중 정책과 주요 인사들에 정통한 관료를 발탁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WSJ은 보도했다.
특히 중국 당국은 트럼프 재집권 때 입각 가능성이 큰 대중국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USTR) 대표 등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이 신문은 중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시 미 행정부의 대중국 기술제재가 급물살을 탈 것을 우려해 미국의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중동 지역에서 AI 관련 첨단 기술 취득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협회(SIA)의 글로벌정책 담당 부회장을 역임한 지미 굿리치 랜드 연구소 수석 고문인 지미 굿리치는 지난 2월 연구보고서에서 중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지원연구소와 생명공학·양자컴퓨팅·AI 협력 심화에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UAE의 이 연구소는 세계 34개국 조직과 70개 이상의 파트너십을 맺은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을 뺀 세계 여러 나라에 팔리는 미국산 AI 첨단 칩 등을 손에 넣으려 한다고 굿리치 수석 고문은 짚었다.



또 바이든 미 행정부가 근래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잇달아 방중토록 해 과잉 생산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 당국이 이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과잉 생산을 지원하는 건 트럼프 재선을 대비한 심모원려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기자동차·리튬배터리·태양광 패널을 포함한 중국이 세계 선두에 선 첨단 산업 제품 과잉 생산으로 인해 미국의 무역 제재와 같은 당장의 손해를 보더라도 지배력을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심산인 셈이다.
WSJ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에 차질이 생길 걸 중국이 우려한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압박의 고삐를 죄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중국-러시아 밀착'으로 중국 영향력을 확대해왔으나, 푸틴 대통령과 '나름의' 친분을 가진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이같은 브로맨스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냉전 때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소련에 맞서기 위해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던 것처럼,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를 카드로 활용하는 이른바 '역(逆) 닉슨'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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