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월 대비 45% 급감…코로나 한창이던' 3년 전의 '3분의 1'로 줄어
"토지시장 축소 한동안 지속 전망"…"당국, '주택 건설'→'재고 소진' 방향 전환"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부동산시장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비교적 규모가 큰 부동산기업들조차 매출 감소 국면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자국 시장정보업체 CRIC의 데이터를 인용, 지난달 기준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기업의 매출액이 3천121억7천만위안(약 59조5천억원)으로 2023년 4월(5천665억4천만위안·약 108조원)에 비해 44.9%, 올해 3월에 비해선 12.9%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연도별 4월 매출액 총액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1조359억7천만위안(약 197조5천억원)에서 2022년 4천306억3천만위안(약 82조1천억원)으로 크게 꺾였다가 경제활동이 정상화된 지난해 5천665억4천만위안으로 다소 늘어난 바 있다.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4월 매출 성적은 지난해 4월의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2021년 4월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올해 1∼4월로 범위를 넓혀봐도 중국 상위 100대 부동산기업의 누적 매출은 작년 1∼4월보다 46.8% 감소한 1조914억1천만위안(약 208조3천억원)에 그쳤다.
차이신은 "월간 실적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RIC는 100대 기업의 이달 매출액 절대치가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것이며, 2023년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여전히 감소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이신은 "2021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하락세에 진입한 뒤 각 지역에서 시장 부양 정책이 끊임없이 나왔고 일부 지역에선 단기적인 회복이 있기도 했으나, 모두 잠시에 그쳤다"며 "전국 상업용 주택시장 매출은 지속 하락하고 있고, '시장 바닥'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현재 대부분의 부동산업체는 과감한 투자가 아니라 매출을 고려해 생산(개발) 규모를 정하는 극도로 신중한 전략으로 돌아섰다.
부동산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토지 거래 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중국 광다(光大·에버브라이트)증권은 바오리(保利)와 완커(萬果·Vanke), 차이나머천트프로퍼티(招商蛇口) 등 정상 영업 중인 부동산업체 10곳을 추적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이들 10개 기업의 토지 취득액이 355억위안(약 6조8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 줄었고, 매출액 대비 토지 취득액 비율은 10.8%로 작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 부동산업체 임원은 "평소라면 안정적인 부동산기업의 토지 취득액 비율은 통상 40%로 설정되고, 규모 확대를 희망하는 기업이라면 40∼60% 사이로 높일 수도 있다"며 "지금 이런 토지 취득 역량을 아직 갖고 있는 부동산기업은 드물다"고 했다.
광다증권 조사 대상 기업 중 토지 취득액 비율이 40%를 넘은 곳은 빈장그룹(濱江集團·43.3%) 하나뿐이었다. 차이나머천트프로퍼티는 24.7%, 웨슈(越秀)는 20.1%를 각각 기록했고, 나머지 7곳의 토지 취득액 비율은 모두 8% 이하였다.
부동산업체들이 토지 매입에 나서지 않으니 여러 지방정부의 거래 활성화 정책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CRIC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각급 도시 토지시장에서 거래량·가격 하락세가 나타났고,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중국 최대 도시)의 토지 거래 규모는 작년 대비 79%, 면적당 가격은 23% 감소했다.
시안·난징·창사 등 2선 도시 택지는 모두 저가에 거래가 이뤄졌으며, 청두·지난·쉬저우 등 성(省)별 핵심 도시에서도 거래 실패나 유찰 현상이 나타났다.
CRIC는 "업계는 수요 측면의 압박을 받고 있고, 토지 취득 업체는 개발 프로젝트 전망에 대한 고려가 더욱 까다로워졌다"며 "공급-수요 관계와 시장 기대치가 건전성을 되찾기 전에는 토지시장 규모의 과도한 축소가 비교적 긴 시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례보다 반년 늦게 오는 7월 열릴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부동산 대책이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0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는 3중전회 소집을 결정하면서 "부동산시장 공급-수요 관계의 새로운 변화와 양질의 주택에 대한 민중의 새로운 기대를 결합해 주택 재고 소화와 주택 증가 최적화 정책·조치를 통합 연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 재고 소진이 직접 언급된 것은 '공급 과잉'이 문제였던 2015∼2016년 이후 처음이라며, 중국 당국이 ▲ 저소득층용 '보장성 주택 건설' ▲ 공공 인프라 건설 ▲ 성중촌(城中村·도시 내 낙후지역) 재개발 등 '3대 프로젝트'를 가속하라고 한 그간의 입장에서 벗어나 '주택 재고 소화'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하이 소재 관영 부동산연구기관인 이쥐연구원은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 100대 도시의 신축 주택 재고 소진 주기는 25.3개월로, 당국이 '합리적'이라 보는 12∼14개월을 크게 넘어섰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신축 구매를 할 구축 주택 소유자들의 재고 문제와도 연관된다. 광둥성 도시계획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의 리위자 수석연구원은 "막대한 구축 재고 홍수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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