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미중갈등 속 美우선주의 추구는 동일"
트럼프 형사재판 따라 지지층 이탈 '변수'…바이든은 '반전시위' 여파 주목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김동석(66)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올해 11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든 한미 관계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진단했다.
앞으로 한미 관계는 미중 갈등이라는 글로벌 역학 관계의 큰 흐름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현시점에서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금 미국은 부패했다'라는 선명한 메시지 전략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는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친(親)팔레스타인 성향 학생들의 반전 시위가 재선 가도에 큰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미 대선이 이제 6개월 남았다.
▲ 미 역사적으로 볼 때 양당 후보 결정 후 가장 선거운동 기간이 긴 선거다. 유권자들도 지친다. 두 후보 모두 지루하고, 하는 얘기도 똑같다. 이게 앞으로 6개월을 더 가야 한다. 이전에는 양당 후보 확정 후 선거 기간이 두 달 정도였다. 지난 4년과 대비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내놓으며 서로 경쟁하며 선거를 달궜다.(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 유권자 입장에선 둘 다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크게 독특한 점이 없는 데도 지지율이 상당 정도 나타나는 게 그래서다. 특별한 인물이 아닌데 제3 후보가 지지율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드물다. 민주당 지지자 중 바이든, 트럼프 둘 다 싫고,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 바이든 둘 다 싫은 사람이 케네디 주니어로 가는 것이다. 사퇴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지지자들이 케네디 주니어로 가면서 트럼프도 긴장하고 있다.
-- 현시점에서 11월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 지난 3월 5일 '슈퍼 화요일'(16개주 동시 경선)까지 일반 지지율이나 경합주 지지율 모두 트럼프가 오차 범위 밖으로 높았다. 슈퍼 화요일 이후부턴 바이든 캠프에서 본격적으로 광고를 내고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이면서 지지율 격차를 좁혔다. 다만, 돈을 쓴 것만큼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 투표한다면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 이민자 문제가 이번 대선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 이민자 이슈는 트럼프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은 이민자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이민에 관용적인 정책 방향이었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에 난민 유입이 급증하면서 미국 전역에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재정까지 위협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대도시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치안, 안전 이슈에 관심이 높다. 이민자 문제로 대도시 민주당 표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다만, 경합주에 이런 경향이 덜한 편인 게 민주당이 안도하는 지점이다.
-- 낙태 이슈도 뜨겁다.
▲ 여성 권리를 강조하는 바이든이 우위를 점하는 이슈다. 트럼프는 낙태 문제 결정이 주 정부에 달렸다고 하면서 다소 비껴갔다. 다만, 낙태는 이민 이슈에 비해 표를 움직이게 하는 이슈는 아니다. 낙태 이슈에 따른 표는 이미 정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 경제 이슈는 어떤가.
▲ 지난 2020년 대선은 사회적 혼란 속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로 대변되는 '문화 전쟁' 속에 치러졌다. 이번 대선도 동일 인물이고, 이번 대선도 경제 문제보다는 밸류(가치)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민자 문제와 낙태 이슈도 가치 문제다.
-- 최근 미 대학가에 확산하는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 영향은 어떤가.
▲ 바이든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1968년에도 베트남 반전 시위가 격화됐고, 그해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반전 세력들 시위로 '피의 전당대회'가 됐다. (전당대회 사태의 후폭풍으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휴버트 험프리는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에게 참패했다.
이번 반전 시위를 이끄는 진보세력은 올해도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로 몰려가겠다고 공언 중이다. 바이든은 지금 속이 바짝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의회 내 진보 세력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내 무슬림 인구는 경합주인 위스콘신, 미시간, 조지아주에 집중돼 있다.
-- 트럼프 캠프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
▲ 현재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합주 설문조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 비중이 작지 않았다. 함구령을 어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증인에 대한 비방을 계속할 경우 법정 모독으로 트럼프가 수감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마녀사냥' 프레임을 짜고 있어 오히려 지지 동력을 만들어낸다는 시각도 있다.
-- 선거 캠페인은 누가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 바이든은 반(反)트럼프 심리에 기대는 다소 약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에서도 트럼프가 집권하면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진다고 얘기했다. 이래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이 지금 부패했다고 선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들이 지켜온 미국을 지키자며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이번 대선에 따른 한미 관계 영향은.
▲ 트럼프의 고립주의로 인해 집권 기간 약해진 개입주의 외교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복원된 것으로 보인다. 양쪽의 외교가 다르다고는 해도 미국 국익 우선주의라는 점에서는 합일을 이루고 있다.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바이든의 개입주의가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냉전 상황으로 표현될 정도로 미중 갈등이 격화됐다. 미국은 대(對)중국 관계 관련해선 초당적 입장을 갖는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 3년이 남아 있다. 미국에 어떤 정부가 집권하든 한미는 같이 간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이 되거나 트럼프가 되거나 한미관계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미 대선을 바라보는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제언은.
▲ 한국은 미국을 정파적 이해관계로 접근해선 안 된다. 한국은 미국과 관련해 어떻게든 정리된 초당적 입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참고 사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우파 내각은 초당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미국에서 자기 편의 절반 이상을 잃고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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