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더 기술 기반화한 산업에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中 상승 염두 둔 국가전략"
'경제정책 방향' 3중전회 개최 지연도 심도있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 논의 때문 관측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을 개발하고 미래산업 발전을 강화하려면 벤처 캐피털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인내심 있는) 장기 자본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오는 7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개최를 결정한 지난달 30일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 당 중앙정치국 회의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소개했다.
SCMP는 이 회의에서 중국 신흥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려면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자본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중국 경제 질적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그동안 나온 중국 관영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새로운 질적 생산력은 작년 9월 시 주석이 헤이룽장성 방문 때 처음 나온 표현이다. 그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자원을 결합하고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여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형성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작년 12월 11∼12일 시 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산업 혁신으로 신산업, 신모델, 성장 동력 등의 새로운 생산력을 개발하자"는 결의가 나왔다.사회주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생산력이라는 개념을 차용한 이 표현에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선진국 기술에 중국 노동력을 결합하는 형태로는 경제 발전이 더는 어렵다는 인식이 담겼다.
결국 중국이 과학기술 강국이 돼 스스로 첨단기술을 생산에 투입하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창출해 중국 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시진핑식 발전 모델인 셈이다.
실제 중국은 이전의 경제 발전 견인차였던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 대신 전기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新)성장동력'과 빅테크(거대정보기술기업) 중심으로 경제 발전의 축을 바꿔가고 있다.
SCMP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 개념은 경제 성장을 위해 중국 산업을 보다 더 기술 기반화하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중국의 위치를 상향시키려는 중국의 국가 전략과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 같은 국가전략의 청사진을 구현하려는 중국 당국이 고위험에 견디면서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자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금융감독 기관이 은행·증권 등에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 될 만한 기술 분야 투자를 독려토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 고문 겸 경제학자인 마광위안은 SCMP에 "혁신과 변화를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며 성급한 성공이나 이익을 서둘러선 안 된다"며 "중국 국영기업들이 장기적 수익을 염두에 둔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애초 작년 말로 예상됐던 3중전회가 반년 넘게 지연된 올해 7월 열리게 된 건 새로운 질적 생산력과 관련한 중국 지도부 내 심도 있는 논의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5년 주기 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사이의 7차례 전체회의 가운데 세 번째인 3중전회는 중대한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외교가에선 결국 2022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로 '3기 집권'을 시작한 시 주석이 3중전회를 늦춰 개최해서라도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경제 발전의 기치로 내걸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시 주석 주재 중앙정치국 회의 직후 관영 신화통신은 7월 3중전회에서 "진일보한 전면 심화 개혁과 중국식 현대화 추진 문제를 중점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시스템을 받아들인 중국은 2001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 정식 회원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경제 제에 편입된 이후 두 자릿수 대의 경제발전을 구가했으나, 이젠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압박해오는 미국 제재에 막혔다.
특히 미국이 서방과 함께 미래산업이라고 할 첨단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중국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극복해야 중국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시 주석의 새로운 질적 생산력 드라이브의 배경엔 이런 정세 판단이 자리 잡고 있어 보인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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