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팀 "최적 온도 28~32℃…둥지 가열되면 애벌레 생존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꿀벌과 곤충 등 꽃가루받이 동물 감소가 세계적으로 쟁점이 되는 가운데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꿀벌의 일종인 호박벌이 둥지 온도 상승으로 인해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겔프대학 피터 케반 교수팀은 4일 과학 저널 '꿀벌 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Bee Science)에서 호박벌에 관한 연구 문헌을 재검토해 최적 서식 온도가 28~32℃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둥지 온도가 35℃를 넘으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환경에 서식하는 수많은 호박벌 종이 있고 이 가운데 많은 종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위를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지난 180년간 발표된 호박벌 관련 연구 문헌을 재검토해 호박벌 서식에 가장 적합한 온도와 생존할 수 있는 한계 온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호박벌은 36℃까지는 견디며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식 지역과 종에 관계 없이 서식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28~32℃인 것으로 밝혀졌다.
케반 교수는 다양한 호박벌 종의 최적 서식 온도가 이처럼 비슷한 것은 진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호박벌들이 온도 상승에 적응하기 어렵고 이 범위를 벗어나는 열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최적 서식 온도는 종과 생물지리학적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호박벌이 체온 조절하는 몇 가지 행동 적응 방법도 가지고 있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케반 교수는 "여러 호박벌 종의 개체수와 서식 범위 감소는 둥지 과열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열이 호박벌 무리의 생존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일 가능성이 높고 둥지가 35℃ 이상으로 가열되면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나치게 높은 온도는 대부분 동물과 식물에 서늘한 온도보다 더 해롭다"며 "서늘하면 대사적으로 체온 조절을 못 하는 동물은 단순히 움직임이 느려지지만,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대사 과정이 고장 나고 중단돼 죽는다"고 설명했다.
또 "더위에 대처하는 능력이 개체별로 다를 수 있지만 둥지가 너무 더워져 건강한 애벌레를 키우지 못하면 호박벌 전체 군집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둥지 온도가 35℃를 넘어서면 폐사가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Frontiers in Bee Science, Peter Kevan et al., 'Thermodynamics, thermal performance and climate change: Temperature regimes for bumblebee (Bombus spp.) colonies as examples of superorganisms',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rbee.2024.1351616/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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