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영예 '자유의 메달' 수여 사유 설명하며 트럼프 대선 불복 부각
아시아계 첫 오스카女주연상 양자경·킹 목사 조력자 클래런스도 영예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엘 고어 전 부통령에게 최고 영예 훈장인 '대통령 자유의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하면서 선거 결과 승복 사실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고어 전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존 케리 전 국무장관 등 19명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대통령 자유의 메달은 미국의 안보와 국익, 세계 평화, 문화예술 등 분야에서 탁월한 공적으로 쌓은 인물에게 매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이다.
대상자에 고어, 펠로시, 블룸버그, 케리 등 민주당 거물급 인사들이 포함된 가운데, 특히 고어 전 부통령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훈장 수여 사유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 득표에서 이긴 뒤 그는 단합과 우리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위해 논쟁적인 대선 결과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고어 전 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 대한 언급이었다.
당시 그는 전체 득표율 48.4% 대 47.9%로 앞서고도 확보한 선거인단 수(266명 대 271명)에서 밀리며 고배를 마셨는데, 박빙 차이로 부시 전 대통령이 이긴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5명)에서 재검표 공방이 벌어진 상황에서 패배 결과에 대한 승복을 선언했다.
이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올해 대선에서도 패배할 경우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견제구'로 읽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이 한 일(고어의 대선 패배 승복)은 내게 놀라운 일이었다"며 "나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이날 자유의 메달을 목에 건 사람 중에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1963년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 초안 작성을 도운 민권 운동가 클래런스 B. 존스가 포함됐다.
또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주연상(2023년)을 거머쥔 말레이시아 국적 중국계 여배우 양쯔충(61·양자경·미셸 여)과 교통장관, 노동장관, 상원의원, 미국 적십자사 회장 등을 역임한 엘리자베스 돌(밥 돌 전 상원의원의 부인)도 메달을 받았다.
올림픽 금메달 7개를 모은 여성 수영 스타 케이티 러데키도 메달을 받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27세의 현역 선수인 그에게 "나이가 널 방해하게 만들지 말아라. 나이는 숫자일 뿐이란다. 꼬마야"라며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는 고령(81세) 논란을 '개그' 소재로 활용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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