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엔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옌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라파 진입 작전은 민간인에 대한 대학살이 될 것이고 인도주의 작업에는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파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다. 작년 10월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주민들은 군사 작전을 피해 피란처를 전전하다 이곳에 몰려들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에 따르면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여명 가운데 150만명이 밀집해 있다. 국제기구의 구호품이 이집트 국경을 통해 라파로 들어오고 현재 팔레스타인 내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 거점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잔당을 소탕하려면 라파에 진입해야 한다고 본다. 하마스와 휴전 협상안을 놓고 최근 양측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지만 이스라엘 측은 라파 진입 계획을 강하겠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0일 휴전에 반대하는 인질 가족들과 면담에서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우리는 라파에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 지상전이 현실화하면 수많은 민간인 희생과 인도주의적 파국을 낳을 거라는 게 유엔과 국제사회의 우려다.
이날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라파의 지상전 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WHO 팔레스타인 구호 책임자인 데이비드 피퍼콘은 "현재 라파에는 병원 3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진입 작전이 벌어지면 이를 대신할 의료시설을 라파 외의 지역에 새로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WHO는 짚었다.
피퍼콘은 "우리의 대책은 상처 난 곳에 붙이는 밴드 같은 것"이라며 "진입 작전으로 예상되는 상당한 추가 사망자와 질병 발생률을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용품을 포함한 구호품이 들어오는 라파 국경 검문소가 이스라엘군의 진입 작전으로 닫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퍼콘은 "라파 검문소 폐쇄 가능성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 발생해도 그곳이 계속 열려 있도록 하기 위해 이스라엘 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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