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사업 지원 필요성 이견 없어"…"다양한 전략적 방안 검토 중"
'우려 불식' 내부 소통 강화도…"선택과 집중으로 성장 추진력 확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고강도 쇄신에 나선 SK그룹이 '서든 데스'(돌연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검토 단계에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며 구성원과 주주 등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 달 말 열리는 확대경영회의에서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리밸런싱 작업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에서 남은 과제를 공유·논의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의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큰 얼개가 정리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와 더불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 중 하나다.
앞서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은 지난 3월 SK㈜ 주주총회에서 "6월 확대경영회의 때 지금껏 진행한 '파이낸셜스토리'에 대해 점검하고 리뷰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며, 10월 CEO 세미나 때 방향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확대경영회의는 경영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이지 의사 결정을 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관계사별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각 이해관계자 설득과 이사회 논의 등을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확대경영회의에 앞서 관계사별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업 재편 방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관측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그룹의 방만한 투자를 지적했던 만큼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해관계자 설득 등의 과정이 필요한 만큼 실제로 사업 재편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SK 주요 계열사는 연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배터리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앞서 3월 말 최창원 의장 주재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의 개편 추진 방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고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데는 그룹 내에서도 이견이 없다"며 "다만 방법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과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불만이 커지고 위기감이 고조되자 SK는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 등을 열고 우려 해소에 나섰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취임 후 처음으로 SK수펙스추구협의회 논의 결과를 공개한 것도 그 일환이다.
SK는 최 의장을 비롯한 SK 주요 계열사 CEO들이 지난달 23일 '4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그간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고 반성하고, 리밸런싱 작업을 신속히 추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CEO들은 특히 일시적 수요 둔화 등에 직면한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 등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기로 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SK온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앞서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지난달 29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단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됐거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내용들이 일부 기사화되면서 투자자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포트폴리오 재점검 취지는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전제 하에 선택과 집중, 속도 조절을 통해 향후 성장 추진력을 확보하고자 함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전기차 성장성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해 그동안 성장 일변도의 모습을 보여온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에 큰 변화가 도래한 현 시기를 오히려 회사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향후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도 임직원 대상 릴레이 워크숍을 통해 구성원 달래기에 나섰다.
박 사장은 지난달 팀장급인 PL 대상 워크숍에서 "기업 경영은 2∼3년이 아니라 5∼10년 앞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며 "SK그룹의 주력 사업이 된 석유·화학도 힘든 시기를 거쳤고, '카본 투 그린'도 축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 직면한 어려움에 너무 소극적이지 말고 패기와 용기를 갖고 돌파하자"고 당부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4일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갖고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현재 캐즘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한 SK온에 위기이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