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안팎 잠재 수준의 성장세…고물가 대응했으나 "근본대책 수립 늦어"
건전재정 외 정책기조 부재…여소야대 막힌 감세·규제완화 '묘책 관건'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윤석열 정부 2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속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는 등 지난 2년 동안 6.7% 급등하면서 민생고를 심화시켰다.
고물가·고금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건전재정 외에는 뚜렷한 경제정책 기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결국 '여소야대' 의회지형의 벽을 뛰어넘을 묘책이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재정 측면에서도 총지출 증가율을 억제하고 '허리띠'를 조이는 상황에서도 수입 쪽에서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생하면서 당초의 건전재정 목표치에는 못 미친 모습이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성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대목이다.
◇ 2년간 잠재수준 성장…물가상승률,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
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8개 분기 동안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3% 성장했다.
한국 경제의 연간 잠재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본다면, 잠재 수준만큼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분기별로 보면 2022년 2분기 0.8%(계절조정·전 분기 대비), 3분기 0.2% 등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4분기 -0.3%로 역성장을 했다.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전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꺾이기 시작할 무렵이다.
이런 영향에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전년(2.6%)보다 낮아진 1.4%였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외환위기인 1998년(-5.1%) 등 대형 위기를 제외하고 최저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1분기 1.3%(계절조정·전 분기 대비) 성장하는 등 본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난 2년간 저성장 기조가 지속된 반면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달 113.99(2020년=100)로 2022년 4월(106.83) 대비 6.7% 올랐다.
월별로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에 2022년 5월 5.3%(전년 동월 대비)로 시작해 같은 해 7월에 6.3%까지 치솟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유가는 낮아졌지만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률은 3% 내외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통화 당국의 물가 안정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이다.
◇ 고물가·고금리 대응 총력…건전재정 강조
유례없는 고물가에 윤석열 정부의 2년간 최우선 경제정책 기조는 물가 대응이었다.
휘발유·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를 시작으로 할당관세,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용량을 줄이는 것) 고시, 농축수산물 유통 구조 개선 등 물가 대응책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도 주요 과제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따른 태영건설 사태와 레고랜드 사태 등에 대응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다.
건전재정도 윤 정부의 최우선 정책 기조였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방만한' 재정 기조를 보였다는 인식에 따라 나라살림 적자를 제한하는 재정준칙의 도입, 예산 지출 증가율 억제,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다.
◇ 건전재정 외 담론 부재 지적…"고물가 근본 대책 늦어"
일각에서는 건전재정 외에 뚜렷한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거시 담론보다는 미시적인 대책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라는 측면도 있다. 역대급 세수 부족에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지형도 정책 추진에 제약이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종 규제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등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고 온기를 가계에까지 확산하는 윤 정부의 밑그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활력을 제고하려고 많이 노력했으나 여러 가지 리스크로 경제적인 성과가 받쳐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추진을 위해)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정책 기조가 안 보인다는 것을 윤석열 정부만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고물가 대응에 주력했으나, 대응책 수립이 늦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2년 물가상승률이 5∼6%를 넘나들던 당시 물가 상승세의 확산을 예견하고 농산물 유통 구조 등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강세로 지난달까지 물가 상승률이 3% 내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수급·경쟁·유통 구조와 관련한 개선책을 본격 마련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초기에 구조적인 대응책들을 미리 내놨어야 하는데 대증 요법 위주로 나오다가 이제야 구조 변화, 유통 단계 축소 등의 대책이 나온다"며 "에너지·식량 수입 측면에서의 고물가가 (지금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졌는데 이는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을 지켜가면서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재정 건전성에)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은 아낀 재정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이냐인데, 명확치가 않다"며 "(정책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체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 변화를 유발시킬 것인지 이에 대한 고민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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