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처벌 위기 무릅쓰고 학생들과 연대, 시위 속속 동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1960년대 베트남전을 보고 자란 미국 대학 교수들이 최근 캠퍼스를 휩쓸고 있는 가자 전쟁 반대 시위 학생들과 연대, 그 선봉에 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많은 대학교수가 가자지구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체포와 폭력 상황을 무릅쓴 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60∼70대로 베트남전 반전 시위를 보고 자랐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들은 학생 시위대에 대해 가혹한 탄압에 나선 대학 총장들을 비판하고 불신임 투표를 거론하는 등 학생들의 시위 권리를 지지하며 이들 학생 편에 서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에 체포돼 처벌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인디애나 대학교의 교육학 교수 바바라 데니스는 가자, 전쟁 반대 시위 과정에서 무단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64세인 데니스 교수는 당시 상황을 참혹했다고 회상했다.
경찰이 시위지역에 들어섰을 때 손으로 평화 사인을 만들었지만 경찰은 지속적으로 물러설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케이블타이로 자신의 손목을 결박했다는 것이다.
데니스 교수는 이후 경범죄로 기소돼 1년 동안 캠퍼스 출입이 금지되자 이에 항소했다.
인디애나대에서는 3천명이 넘는 교수와 학생, 졸업생 등이 패멀라 휘튼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다트머스 대학의 역사학 교수 안네리스 오르렉도 지난 1일 밤 다른 학생 및 교수 90여명과 함께 체포됐다.
자신을 캠퍼스의 군사화와 언론자유 말살, 가자지구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반대하고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나이 든 교수들'의 대표 중 하나라고 표현한 오르렉 교수는 시위대에 대한 탄압이 대학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시위대에 대한 이를 "학생들의 시위할 권리와 교수들이 원하는 것을 가르칠 권리를 빼앗으려는 시도"라고 정의하며 "매우 엄중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도 700명이 넘는 교수진이 제이 하트젤 총장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퇴진 촉구 서한을 통해 하트젤 총장이 불필요하게 경찰력을 캠퍼스로 불러들여 학생과 교직원, 교수들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반전시위의 '진앙'으로 꼽히는 컬럼비아대에서도 교수들과 학생들의 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컬럼비아대 지부는 네마트 샤피크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의 인류학 교수 폴린 터너 스트롱은 최근 시위에서의 경찰의 무력행사를 자신이 1993년 해당 대학의 교수가 된 이후 캠퍼스 내 총격범이 나타났던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스트롱 교수는 "총격범이 나타났을 당시에는 실제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처럼 느꼈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실제적이고 폭력적인 위협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로버트 코헨 뉴욕대 교수는 "교수들은 오랜 기간 학생운동을 지지해온 역사가 있지만 최근 일련의 시위에서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대학 측의 정책 변경을 요구하고 학생들과의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며 "교수들이 체포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기꺼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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