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대사 갑질 의혹' 보도 후 취재 통제 논란…"한국에 있느라 사안 못 챙겨"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정재호 주중대사의 이른바 '갑질' 의혹 보도 이후 대사관 측이 한국 언론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이달부터 도입하겠다고 한 '24시간 전 취재 신청·허가제'를 철회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6일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주중대사관은 가급(최상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출입 시 사전 협의는 필요하다. 이러한 사전 협의 요청은 외교부 보안 규정 및 대사관 내규에 따른 것으로, (외교부) 본부와 협의를 거친 입장"며 "다만 24시간 전 취재 신청을 요청한 조치는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대사가) 공관장 회의로 한국에 있느라 본건을 상세히 챙기지 못해 특파원단에 혼란을 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파원들이 취재를 위해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하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사는 지난달 22∼26일 서울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했고, 회의 이후에도 한국에 머물다 이달 초 중국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24시간 전 신청'은 미국 등 다른 대사관에도 없는 조치라는 지적에는 "대사관은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중국만이 아니라 여타 대사관 출입 시 사전 협의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중대사관은 지난달 29일 "특파원 대상 브리핑 참석 이외 취재를 위해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사전(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평일 업무시간 내),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에 신청해주기를 바란다"며 "신청 사항을 검토 후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당시 대사관은 갑작스러운 조치의 이유로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를 두고 정 대사의 직원 '갑질' 의혹 논란 때문에 대사관이 기자들의 출입을 막으려 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주중대사관에 근무 중인 주재관 A씨는 지난 3월 초 정 대사로부터 폭언 등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신고서를 외교부에 제출했고, 외교부는 4월 중순 베이징 현지에 감사팀을 보내 사실관계 등을 조사했다.
의혹이 불거진 뒤 정 대사 입장을 직접 들으려는 기자들이 대사관을 잇달아 방문하자 대사관 측이 이를 차단하고자 취재 내용을 미리 가려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주중 한국 언론 특파원들은 지난달 30일 '정재호 대사, 대(對)언론 갑질 멈추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특파원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고,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주중대사관이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특파원들과 만난 이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정 대사의 '갑질'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대사관이 신고자 A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신고자가 먼저 직접 언론에 일방적인 입장을 유포하고, 대사관의 부패 상황, 부적절한 업무 지시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보해 대사관 차원에서도 대응이 필요했다"며 "신고자가 공개한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신고자가 주장한 폭언·막말·갑질이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 대사가 부임 초반부터 한국 특파원 대상 월례 브리핑에서 사전 질문 외에 현장 질문을 받지 않는 문제에 관해선 "간담회 형식에 대해 특파원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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