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 자진 해산 불응시 정학 경고…졸업식 앞두고 강경모드
시카고大선 일부 교수진이 시위대 옹호 "강제해산시 우리가 학생들 보호"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 대학 캠퍼스에서 가자전쟁 반대 텐트 농성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 해산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시위대에 불응시 처벌 방침을 전하며 농성 텐트를 자진 철거하라고 최후통첩을 했고, 시카고대에선 일부 교수진이 반전 시위대를 옹호하며 대학 측이 농성 텐트의 강제 철거에 나설 경우 농성 학생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은 교내 시위대에 이날 오후 2시 30분까지 텐트 농성장에서 철수하라고 통보했다.
철수하지 않을 경우 즉각적으로 정학 조치를 취하고, 이미 징계 전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 가중해 징계할 방침이라고 콘블루스 총장은 경고했다.
하버드대도 이날 농성 텐트 시위대를 향해 철수를 요구하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정학 등 징계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임시총장은 성명에서 "텐트 농성의 지속은 우리 대학 교육환경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시위에 참가하거나 시위를 장기화하려는 학생들은 정학 등 징계에 회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동부의 명문대에서도 친(親)팔레스타인 학생들의 가자전쟁 반대 텐트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 측이 연중 최대 행사인 졸업식을 앞두고 시위를 끝내고자 최후통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뉴욕의 컬럼비아대도 지난달 29일 오후까지 농성장을 해산하라고 최종 시한을 통첩한 뒤 자진 해산을 거부한 학생들을 상대로 예정대로 정학 조치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학생들은 캠퍼스 건물인 해밀턴 홀을 기습 점거했지만, 하루 만에 경찰이 진입해 점검 농성자 등 시위대 100여명을 체포했다.
컬럼비아대는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전체 졸업생이 참석하는 공식 졸업식 행사를 취소하고 여러 날에 걸쳐 단과대학 주관하에 소규모 행사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격렬한 반전 시위로 90여명이 체포된 로스앤젤레스(LA)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역시 거센 시위가 지속되면서 공식 졸업행사를 취소해야 했다.
MIT와 하버드대의 경우 시위대에 해산 통보 후 컬럼비아대처럼 캠퍼스에 경찰 투입을 요청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의 텐트를 강제 철거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고, 수십 명이 연행된 바 있다.
버지니아대학에서도 지난 4일 해산을 거부한 농성 텐트촌에 경찰이 투입돼 25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대부분 대학이 졸업식을 앞두고 텐트 농성자들을 상대로 강경한 대응에 나선 가운데 일부 대학에선 교수진이 반전 시위 학생들을 옹호하고 나서기도 했다.
시카고대 일부 교수진과 교직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하려 할 경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폴 알리비사토스 시카고대 총장은 지난 3일 학내 친팔레스타인 농성 텐트촌이 지속될 수 없다며 자진해산을 촉구하고 불응 시 강제 해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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