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격 불가피"…탱크 라파 진입, 예비 군사작전
하마스, 휴전중재안 수용…이스라엘, 불만 속 협상 참여
주변국 '추가 대학살' 우려…미국 "중대한 단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협상 진통 속에 가자지구가 또다른 참사 위기에 몰렸다.
이스라엘군은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며 지상전을 위한 예비 작전에 들어갔다.
하마스는 이 같은 압박 속에 중재국 이집트, 카타르가 제시한 휴전안을 수용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휴전안 수용이 이스라엘이 휴전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계략이라며 반발, 협상에 응하되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세계 최대의 난민촌으로 바뀐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세를 우려하며 집단적으로 자제를 촉구했다.
◇ 이스라엘, 라파 50곳 폭격…탱크 앞세운 지상전 준비
이스라엘군은 이날 지상전을 예고한 직후 라파의 동부 외곽을 공습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투기로 라파 근처 테러리스트 시설 5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라파 진입을 위한 예비적 군사작전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의 민간인에게 해안에 있는 알마와시 등 지정된 피란처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임시대피를 촉구한다"며 "그 과정은 향후 상황평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AP통신 등 취재진에 "대피 작전은 하마스 파괴를 위한 계획 일부"라며 라파 진군이 예비 절차를 밟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하마스가 라파에 있고 그들에게 작전능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하마스의 최근 로켓 기습이 결단을 촉발했음을 시사했다.
하마스는 지난 5일 라파 근처에서 가자지구 북부 분리장벽 근처에 있는 이스라엘 검문소를 로켓으로 공격해 군인 3명을 죽인 바 있다.
이스라엘은 애초 전쟁의 목표인 하마스 전면해체를 달성하려면 라파에 은신한 하마스 수뇌부를 제거하는 게 필수라고 간주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파에 이미 탱크까지 진입시켰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병력이 소규모 작전 뒤 철수한다고 밝혔지만 대규모 지상전을 위한 준비 태세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 하마스 휴전중재안 수용…이스라엘, 불만 속 대표단 파견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은 하마스가 이집트, 카타르가 제시한 가자지구 휴전안을 수용한 직후에 이뤄졌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이 카타르 총리, 이집트 정보국장에게 휴전안을 수용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고위관리들은 이스라엘이 휴전안에 답변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휴전안에는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철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양측이 군사행동을 멈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의 다음 단계에는 이집트, 카타르, 유엔 등의 감독 아래에 3∼5년에 걸쳐 가자지구 재건계획을 이행한다는 내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이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를 외면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론을 의식한 듯 더 나은 조건을 모색한다며 협상에는 응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 제안이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를 충족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총리실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극대화할 노력의 하나로 이집트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시내각도 하마스를 압박하고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 국제사회 대학살 우려…바이든, '라파공격 반대' 네타냐후 압박
이스라엘의 공격적 태도 때문에 라파에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한층 더 증폭됐다.
지상전이 닥치면 가자지구 인구 230명의 절반이 넘는 140만명이 피란한 면적 64㎢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량살상이 우려된다.
이스라엘군이 대피 계획을 강조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에서는 휴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규모 군사작전이 임박한 징후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피란민 재이동을 지적하며 "이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거부돼온 안전을 찾아 헤매고 있다"며 "국제인도법(전쟁범죄 규정하고 처벌하는 국제법)에서 민간인 보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가자지구 지상전에 반대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라파에 대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민간인을 보호하지 못할 군사작전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우리는 1백만명 넘는 무고한 민간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라파 작전에 대해 우리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라파 지상전을 '새로운 대학살'로 우려하며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작년 10월 7일 개전 이후 가자지구 내에서 3만5천명 정도가 죽고 7만8천명 정도가 다친 것으로 집계한다.
미국 정부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중동에 파견해 하마스의 휴전 중재안 수용을 평가하고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우리는 지금 중대한 단계에 있다"며 "바로 지금보다 더 민감한 때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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