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국빈 방문 전 현지 신문 기고…폭격 현장 8년 만에 재방문 가능성
中외교부 "美주도 불법 공격에 수천명 사망…나토의 야만적 범죄 잊지 않을 것"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5년 만의 유럽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에 이은 두 번째 행선지 세르비아 방문을 앞두고 현지 일간지를 통해 25년 전 미국의 세르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을 상기시키며 "역사적 비극이 재연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세르비아 일간지 '폴리티카' 기고문에서 "우리는 25년 전 오늘 나토가 무지막지하게(悍然)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인민은 평화를 귀하게 여기지만, 절대 역사적 비극이 재연되지는 않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사건은 코소보 분쟁이 한창이던 1999년 5월 7일 미국 주도 나토군이 세르비아(당시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일을 가리킨다. 이 사건으로 중국 기자 3명이 숨지고 부상자 20여명이 발생했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해명했으나, 중국은 고의적인 조준 폭격이라며 원인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주장해 한동안 양국 관계는 크게 긴장됐다. 중국인들은 미국이 유엔 결의도 없이 공습에 나서 의도적으로 중국대사관을 공격했다며 주중 미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은 반미 정서를 공통 분모로 러시아와 더 가까워졌고 세르비아와도 꾸준히 밀착 관계를 다졌다.
시 주석은 2016년 6월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32년 만에 세르비아를 국빈 방문하면서 첫 일정으로 중국대사관 폭격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현장을 방문한 뒤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중국 포위'에 맞선 동유럽 우군 확보와 미국 압박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두 번째 세르비아 국빈 방문 시점을 폭격 25주년 당일로 잡은 것이 대사관 현장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중국대사관 폭격 현장을 찾을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구체적인 상황에 관해 적시에 소식을 발표할 테니 관심을 유지해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린 대변인은 "25년 전 미국이 이끄는 나토군이 유엔 안보리의 위임 없이 불법으로 주권 국가인 유고슬라비아를 공격해 중국 기자 3명을 포함한 수천명의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며 "중국 인민은 나토가 저지른 이 야만적 범죄를 잊지 않을 것이고, 이런 역사적 비극의 재연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기고문에서 "나는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을 맡은 뒤 두 번째로 세르비아라는 이 아름답고 전설적인 땅에 발을 내디딘다"며 "피로 맺은 우정으로 만든 양국 인민 공동의 기억은 양국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세르비아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양국 인민은 시종 마음과 손으로 연결돼있고,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양국은 진정한 친구이자 좋은 동반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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