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 뒤 내놓은 종합대책에도 '오류 또 오류'
'차세대 지방세시스템' 잦은 장애…'정부24' 개인정보 유출·'위택스' 접속 지연도
전문가들 "최소 1년 이상 문제 이어질 것…종합대책 진행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이상서 기자 = 지난해 11월 정부 행정전산망이 '셧다운'된 것을 계기로 전산장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는 올 초 인프라 강화와 대기업 입찰 참여 허용 등이 담긴 종합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각종 오류가 잇따른 데 이어 7일에는 온라인 지방세 납부 창구인 '위택스(https://www.wetax.go.kr) 접속이 5시간가량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종합 대책이 제대로 세워진 것이 맞는지, 그렇다면 당초 로드맵대로 계획이 시행되는 건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잦은 시스템 오류에다 그때그때 손보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앞으로도 각종 정부 전산망에서 장애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디지털 정부' 명성에 오점…행정전산망 먹통 사태
정부 전산망 오류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17일이었다.
당시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이 장애를 보이다 급기야 마비됐고, 민원 현장의 공무원들이 전산망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읍면동 주민센터의 민원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정부는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에서 업무를 대신 볼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당일 오후 정부24마저 먹통이 되며 민원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장애 사흘 만에 정부는 전산망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그 사이 주민센터에는 '수기'(手記)가 다시 등장하는 등 '디지털 정부'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정부는 올 초 전산장애의 재발을 막고자 ▲ 전산시스템에 '이중화' 장치 도입 ▲ 민간의 우수한 정보통신(IT) 인력 확보를 위한 연봉 상한 폐지 ▲ 700억원 이상의 대형 사업에 대기업 참여 허용 등이 담긴 '디지털 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불과 한 달 후인 2월 지방세와 세외수입 업무처리를 위해 도입한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차세대 시스템)이 개통 뒤로 크고 작은 오류가 반복됐다.
시스템 오류로 수납 업무에 문제가 생긴 탓에 납세자의 불편이 커졌고, 지자체 세무직 공무원은 현장 민원인의 항의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달 5일에는 정부24에서 타인의 민원서류가 발급되는 등 오류가 발생해 1천200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행안부에 따르면 4월 초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에서 성적증명서, 납세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때 타인의 서류가 발급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서류에는 타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와 납세 내용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이틀 후인 7일에는 차세대 시스템과 연결된 온라인 납부 창구인 '위택스' 접속이 5시간가량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온오프라인 세납 현장에서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 "종합대책 제대로 세운 것 맞나…원점서 재검토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했지만, 뒤늦게 고친 외양간마저도 부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1월 정부 전산망 먹통 사태 이후 개선된 점이 사실상 없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번 위택스 오류를 두고 "5월이 각종 납부가 집중된 달이고, 연휴 직후인 오늘(7일) 사용자가 몰리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접속자 폭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산망 사태 이후 발표한 종합대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다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은 각종 오류가 꾸준히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한울 IT산업노조 사무국장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땜질 처방으로 그때그때 대응을 했으니, 계속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오류가 잇따르는 것을 두고 정부 전산망의 근본적인 문제 원인을 아직도 찾지 못했거나, 올 초 세워진 종합대책이 빗나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부 소프트웨어를 총괄하고, 문제 발생 시 책임질 수 있는 인물도 여전히 애매모호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간기업과 달리 오류 발생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뒤로 일부 실무자는 교체됐으나, 당시 전산망 운영 등에 총괄 책임이 있던 관리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 기관은 문제가 발생할 때 누가 책임지는 건지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며 책임 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종합대책이 나온 뒤로 지금까지 진행 과정이 단 한 번이라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있느냐"며 "목표치의 몇 퍼센트(%)가 이뤄졌고, 초기 계획에서 수정된 부분은 없었는지 밝히지도 않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제라도 구체적인 종합 대책을 공개하고,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 명예교수도 "종합병원에서 종합 진단하듯 전산망 오류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며 "데이터 전문가가 포함된 정부위원회가 구성돼 문제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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